심재덕 의원 숙원 사업 이뤄질까

열린우리당, 자치단체장 정당공천 배제 추진 발표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3월의 마지막 날인 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전날(30일) 그가 추진해 온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배제와 광역 및 기초단체장의 3선 연임 제한 폐지를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당 정책위원회가 공식 발표했기 때문이다.

심 의원은 공사석을 막론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의 의정활동 목표는 두 가지라고 말해왔다. 하나는 화성성역화 사업이고, 또 하나는 지방자치 정착이다.

자치단체장 정당공천 배제와 3선 연임제한 폐지는 지방자치 정착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라는 것의 심 의원의 평소 소신이었다. 이미 지난해 지방자치법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는 심 의원은 당내에서 지방자치특별위원장을 맡아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차분히 준비해왔다.

정당공천 배제, 3선 연임제한 폐지라는 정치적 아젠다를 정치권 내에서 공론화시켰던 심 의원은 "이제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한 단계가 비로소 시작된 것"이라며 "오는 6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자치단체장의 3선 연임제한 폐지 등 지방자치법과 선거관련 규정을 손보기로 확정함에 따라 심 의원은 "이를 당론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설득작업을 벌여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열린우리당(수원 장안) 심재덕 국회의원 /여의도통신 김진석

하지만 심 의원의 앞길이 그리 평탄한 것만은 아니다. 열린우리당이 기초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자 곧바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내년 선거를 의식한 정략적 발상"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김무성 사무총장은 "개정안이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한테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당리당략에 따라 법을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의견을 밝혔다.

민주당의 반발은 더욱 거세다. 유종필 대변인은 "국가의 중요한 선거에서 정당을 배제하는 것은 정당정치의 뿌리를 잘라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열린우리당이 정당공천 배제를 말하는 것은 선거에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나온 당리당략적 발상"이라며 "특히 호남 지역에서 민주당과의 경쟁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론의 장벽도 만만치 않다. 열린우리당이 자치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동아일보는 "한나라 '내년 선거서 야 힘빼기 속셈'"이라고 보도했다. 한겨레 신문이 1면에 '여, 단체장 연임제한 풀기로'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5면에 해설 기사로 '연임제한 폐지' 의미를 차분하게 짚어본 것과는 사뭇 상반된 태도다.

자치단체장 정당공천 폐지는 그동안 관련 학계에서 줄곧 제기되어 왔던 문제다.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지방정치 제도 개선을 위한 대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동아대 신봉기 교수는 이날 "현행 정당공천제는 입법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충족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는 공천과정 뿐만 아니라 당선 뒤에도 중앙정치에 예속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인한 부정부패와 고비용 선거구조의 폐단을 불러올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자치단체장 정당공천 폐지에 대한 야당, 특히 한나라당의 반발은 현재 지방자치단체장의 60% 이상이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상황에서 정당공천 폐지로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한나라당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한 정략적 선택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이 전격적으로 정당공천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현재 중앙정부와 국회에서는 다수당이지만 지방정부에서는 소수당에 그치고 있는 정치 현실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정당공천제가 논란이 될 때 한나라당 전신이자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은 정당공천을 완강하게 거부했다. 당시 민주당은 정당공천제를 강력히 주장했었다.

이처럼 정당공천제는 선거를 앞둔 정치적 역학 관계의 변화에 따라 여야간 입장 차이가 첨예하게 맞부딪혀온 정치 현안이다.

심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을 의식한 듯, "한나라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을 발의할 때 한나라당 의원 7명의 서명을 받은 바 있다. 공천헌금 등 부정부패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정당공천 폐지가 바람직하다는 것은 대다수 의원들도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며 과거 정치관행을 고수하려는 한나라당 등 야당을 비판했다.

이번 결정이 지방정치의 중앙정치 예속화라는 절름발이 지방자치를 경험해온 10여년의 지방자치사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인지 주목된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