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여의도칼럼] 일본 우익을 이기는 길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
일전에 필자는 여의도칼럼을 통해 독도 영유권 분쟁에 대한 단상을 피력한 바 있다. 일본 우익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함께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에 불과하니 냉정하고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 독도 영유권 분쟁의 행간에 숨어 있는 일본 우익의 암수를 정확히 읽어낸다면 '독도라는 손가락'만 바라보고 분노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당시 주장의 요지였다.

이번에는 일본 우익과의 '역사 전쟁'에서 이기는 길은 무엇인지 몇 가지 단상을 기록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분명한 전제가 있다. 일본 우익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방법은 제외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애초부터 물리적 혹은 무력적 수단을 동원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일본 우익이 생각을 고쳐먹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성동격서(聲東擊西)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첫째, 독일을 거론하고 칭찬하자. 독일의 슈뢰더 총리는 지난 3월 10일 나치수용소를 방문해 침략과 학살의 과거사에 대해 다시 한번 사죄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희생자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는 독일, 틈만 나면 A급 전범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일본. 두 나라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상식을 갖춘 지구촌 사람들이 과연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할 것인지는 자명하다. 따라서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노무현 대통령의 독일 방문과 우회적 일본 비판에서 우리는 '성동격서의 지혜'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둘째, 동아시아와 연대하자. 동북공정과 영토분쟁 등 '역사전쟁'으로 얽히고 설킨 동북아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선 도리어 고개를 들어 동아시아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이전투구(泥田鬪狗)에 휩쓸리기보다 차라리 필연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아시아판 EU'의 시대를 대비하는 것이 실속 있는 선택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 일본을 '아시아의 리더'로 인정하기 어렵다. 그러기에는 두 나라가 너무나 패권적이다. 이번 기회에 중국과 일본이라는 '불안한 리더'보다 한국이라는 '편안한 리더'를 추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셋째, '일본'과 '일본 우익'을 분리하자. 일본이라는 나라와 국민 전체를 적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기는 싸움'의 방책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일본 내부에 그나마 존재하는 평화세력의 입지만 좁힐 뿐이다. 일본에는 역사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하는 중도신문 아사히와 후쇼사 교과서와 커넥션을 가지고 있는 극우신문 산케이, 같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면서도 일본적 미학의 자기도취에 빠져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그를 비판하며 평화헌법 수호에 앞장서 온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가 공존하고 있음을 섬세하게 살펴야 한다.

넷째, 우리 내부의 과거사도 말끔하게 청산하자. 일제시대에 "한일합방은 조선의 행복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체결한 조약"이라고 주장한 것도 부족해 최근까지도 산케이와 찰떡같은 궁합을 연출했던 신문을 국사교과서에서 '민족신문'이라고 가르치면서 일본의 역사왜곡을 비판한다면 비웃음만 살 수 있다. "항일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치욕의 언어가 사라질 수 있도록 더 늦기 전에 과거사 청산을 철저하게 수행하는 것,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일본 우익을 이길 수 있는 '역사 전쟁'의 첫걸음이 아닐까. 더욱이 그것은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는 일이 아닌가.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