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풍경] 남경필의 410호, 이종구의 책임정치

국회를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주로 본청에 있는 기자실에서 지낸다. 반면에 '풀뿌리언론의 국회특파원'을 자임하는 여의도통신 기자들은 의원회관을 주요 취재공간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원회관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건과 풍경을 다른 언론사에 비해 좀더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여의도 풍경'은 그런 소식을 미주알 고주알 독자에게 전달하는 코너이다.

한국에도 정치를 세습하거나 계승하는 이른바 '정치 명문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장남인 김홍일 민주당 의원,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6남인 정몽준 의원(무소속)이 가장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정주영 명예회장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것은 물론이고 1992년 통일국민당을 창당하고 대통령 선거에까지 출마한 적이 있는 어엿한(?) '정치인'이다.

이밖에도 부친으로부터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17대 의원으로는 열린우리당의 노웅래(노승환 전 국회 부의장의 아들), 한나라당의 남경필(남평우 전 의원의 아들), 이종구(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 정문헌(정재철 전 의원의 아들) 의원 등을 들 수 있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가업을 계승한 의원도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출신인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김태호 전 의원의 며느리이며, 약사 출신인 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은 심규섭 전 의원의 아내이다.

정치 가업을 이어가는 의원실에 가보면 가문사 혹은 정치사와 연계된 흔적이 간혹 눈에 띈다. 우선 남경필 의원은 부친이 쓰던 방(410호)을 그대로 물려받아 쓰고 있다. 15대 국회 당시 남평우 전 의원이 세상을 떠난 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지역구를 물려받은 남경필 의원은 부친의 방을 그대로 쓰기 위해 한달 동안 불편을 감수하며 기다린 사연이 있다. 17대에서 중진에 해당하는 3선이 됐으면서도 전망 좋은 방(각층의 16호~30호)을 사양한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과거 '경제통'으로 명성을 날렸던 이중재 전 의원의 아들로서 재경위 한나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종구 의원실(607호)에는 '책임정치(責任政治)'라는 휘호가 걸려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휘호를 쓴 사람이 '해공 신익희'라고 되어 있다. 신익희가 누구인가? 제2대 국회의장을 지냈으며 1956년 대통령 선거 때는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이승만 자유당 정권에 맞섰다가 호남선 열차에서 갑자기 타계했던 현대정치사의 거목이다. 의원실 풍경만 잘 살펴봐도 정치사가 보인다.

<여의도통신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