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풍경] 의원실의 휘호 몇가지

국회를 출입하는 언론사 기자들은 주로 본청에 있는 기자실에서 지낸다. 반면에 '풀뿌리언론의 국회특파원'을 자임하는 여의도통신 기자들은 의원회관을 주요 취재공간으로 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원회관에서 벌어지는 이런저런 사건과 풍경을 다른 언론사에 비해 좀더 자주 목격하게 된다. '여의도 풍경'은 그런 소식을 미주알 고주알 독자에게 전달하는 코너이다.


   
각 의원실에 걸려 있는 휘호 몇 가지 소개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휘호 내용이 그 의원이 처한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지 않게 읽혀진다는 점이다.

과거사법 여야 합의 처리를 주도해 개혁파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재야 출신의 김부겸 의원실(703호)에는 복초심(復初心)이 걸려 있는데, '늘 초심을 잃지 말라'는 뜻이다.

초선임에도 불구하고 중진인 이호웅 의원을 물리치고 열린우리당 인천시당 위원장에 당선된 김교흥 의원실(642호)에는 월하 종정의 육필인 춘우방초(春雨芳草)가 걸려 있다. '봄비도 부족해 싱그러운 풀'이라니, 김 의원실의 요즘 심경을 이보다 잘 표현한 문구는 없으리라.

자민련을 탈당한 뒤 정국의 흐름을 관망하고 있는 류근찬 의원실(715호)에는 안병철 보령시향우회장이 써준 민유방본(民有邦本)이 걸려 있다. 향후 정치적 선택을 할 때 부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라는 뜻일 게다.

그러나 세 의원이 명심해야 할 휘호는 정작 다른 세 의원실에 있는 것 같다. 공교롭게도 여기 소개하는 휘호는 모두 한글로 적혀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홍미영 의원실(737호)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가 있고, 이계진 의원실(533호) 입구에는 '얻었다 한들 원래 있던 것, 잃었다 한들 원래 없던 것'(법구경)이 있다.

박세환 의원실(811호)에 걸려 있는 잡보장경도 가슴에 새겨야 할 경구이거니와, 이것이 어찌 세 의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겠는가.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굴하지 말라. 무엇을 들었다고 쉽게 행동하지 말고, 그것이 사실인지 깊이 생각하여 이치가 명확할 때 과감히 행동하라. 벙어리처럼 침묵하고 임금처럼 말하며, 눈처럼 냉정하고 불처럼 뜨거워라. 태산같은 자부심을 갖고, 누운 풀처럼 자기를 낮추어라. 역경을 참아 이겨내고, 형편이 잘 풀릴 때를 조심하라."

<여의도통신 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