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어는 참으로 예민한 언어이다. 특히, 최소 6년간 영어를 공부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는. 우리에게는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신의 언어능력이 어디까지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기란 어렵다. 우리가 영어를 본격적으로 배울 때 착각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나는 기본적인 영어는 할 줄 안다. 두 번째, 나는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알아듣는다. 세 번째, 나는 영어 단어를 많이 안다. 이들 세 가지의 착각 속에는 ‘나는 지금부터 조금만 배우면 영어를 구사하는데 무리가 없다’가 내재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라기보다 아주 낯선 상황에 맞서게 된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 수업에 들어온 학생들은 “I am a student. I am happy.”라는 뼈대만 있는 영어 문장을 읽을 때 이러한 생각을 한다. ‘나는 이 정도는 다 아는데......’ 하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는 이러한 기본적인 문장조차 말하고 살지 않는다. 그러니 당연히 연습해야 한다. 그들이 그러한 쉬운 표현에 마음을 놓고 있을 때, 조금 더 길고 낯선 문장을 주며 읽으라고 지시를 하면, 그들은 금세 당황해 한다. 그들은 내가 말을 시킬까 두려워 떨군 고개를 좀처럼 들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어학원에 들어가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두 고개만 떨구고 선생님과 눈을 마주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다. 이럴 때 그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달래주며 용기를 주어야한다. 할 수 있다고.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영어를 배울 때 우리가 갖추어야 할 자세가 있는데, 그 첫 번째는 ‘나의 실력을 들키기’이다.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실력을 노출하는 것을 꺼려한다. 그들의 진짜 실력이 교사에게 들키는 순간, 그들은 매우 부끄러워하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를 버거워 한다. 때로는 울기도 한다. 자신의 실력이 이것밖에 안되냐며 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들에게 정말로 필요한 자세는 어떻게 해서든 나의 무지를 교사들에게 들키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내가 그럴 수도 있지. 나는 아직 어린 아이 수준인 것을’이라는 자신을 내려놓는 마음가짐이 절실하다. 자신의 실력을 지나치게 과신하거나 과대평가해서는 안 된다. 스스로가 상처를 받는다. 진짜 영어를 구사하는 법조차 교육받아 본 적이 없는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진짜 언어실력이 어디에 와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늘 영어가 그들 주변에 있으니 그것이 낯설지 않다. 그러니 그들의 언어실력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형편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6년간 의무적으로 영어를 공부했기에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스스로의 실력이 어린 아이 수준이라는 것,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다는 것,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고 영어를 대한다면 영어는 내 것이 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면서도 아는 척 또는 솔직하게 무지함을 표현하지 않거나, 알고 있는 한 가지 표현법만을 고집하며 더 많은 것들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가르치는 사람으로서는 그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모르고 있는지 눈치를 챌 수 없기에 제대로 된 영어교육이 어려워진다. 이제 답은 간단하다. 나의 실력을 들키자. 그리고 교사가 채워주는 것을 마음껏 얻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