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터전에서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

[현장 탐방]수원 첫 대안학교 '칠보산자유학교' 이전개교

   
▲ 칠보산 기슭에 자리한 칠보산자유학교의 새터전

은은한 햇살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칠보산 기슭에 새둥지를 틀었다는 ‘칠보산자유학교(이하 칠보산 학교)’를 찾아 길을 나섰다.

칠보산학교는 지난 3월 5일 입학식을 갖고 수원시 최초의 대안초등학교로 첫발을 내딛었다.(관련기사 본보 3월 7일자 참조)

21일 새 교사(校舍)로 이전해 개교기념행사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찾아나선 길. 길눈이 어두운 탓에 쉽사리 칠보산 학교를 찾지 못할 거란 우려는 기우(杞憂)에 지나지 않았다.

금곡동의 LG빌리지 1단지와 쌍용아파트를 연결하는 도로 중간에 용화사로 향하는 입구로 들어서니 어디선가 풍물가락이 메아리치고 있었다.

풍물소리를 이정표 삼아 계속 들어가보니 2층 기와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칠보산자유학교’ 표시보다 낯익은 아이들의 풍물연습 모습을 보고서야 제대로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 칠보산학교 기념행사장에 아이들이 손수 그린 걸개그림

학교 건물 앞엔 아이들이 뛰어놀기에 충분히 넓은 잔디밭과 작은 놀이터가 눈에 띄었다. 잔디밭에선 칠보산학교 학생들이 개교기념행사를 위한 열림굿을 연습하고 있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자아이가 기자를 잡아끈다.

   
▲ 열림굿 상쇠를 맡으며 활짝 웃고 있는 영규(좌)와 혜란이

안내를 맡은 여자아이는 안내석을 지키고 있다가 금방 또래 친구들과 뛰놀고 싶은지 한복 자락을 휘날리며 쪼르르 달려간다.

2개월 만에 만난 박정근 교사(칠보산자유학교 위원장)는 활짝 웃는 얼굴로 기자를 맞이했다. 박정근 교사는 지난 3월말 이곳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새 터전으로 옮기니 아이들이 저절로 밝아졌어요”

 

   
▲ 칠보산 자유학교 전경

박정근 교사는 칠보산학교 건물로 줄곧 이곳을 점찍어놨다고 했단다. 칠보산 등산로와 용화사 입구 근처에 자리한 칠보산학교 건물은 그동안 놀이집과 영어학원으로 쓰였던 건물.

학원이 이전한 후 1층에 들어선 칠보산학교는 한눈에 이곳보다 더 좋은 곳이 없을 정도로 최적의 장소란 생각이 든다.

요셉과 요한 형제의 아버지인 승현씨는 “새 터전으로 옮기면서 아이들의 얼굴이 전보다 훨씬 밝아졌다”며 “입학식 후 서먹했던 아이들이 금방 친해졌다”고 말한다.

칠보산학교 아이들의 변화를 통해 공간과 환경이 특히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걸 느꼈다는 게 선생님들과 학부모들의 한결같은 의견이었다.

3시 30분이 되자 사회자인 최무영씨는 개교기념행사의 시작을 알렸고 2개월 동안 연습했다는 칠보산학교 아이들의 열림굿 풍물공연이 시작했다.

   
▲ 행사를 여는 열림굿 풍물공연 모습

상쇠를 맡은 영규와 혜란이는 방긋 웃는 얼굴로 듬직하게 풍물단을 지휘한다. 긴장한 듯 서툴게도 보였던 아이들의 풍물공연은 칠보산학교의 꿈을 메아리로 담으려는 듯 칠보산 기슭을 힘차게 울렸다.

환영사에 나선 박정근 선생님은 “새 터전에서의 개교기념행사를 가능케 한 것은 선생님과 부모님 등 함께 한 분들의 도움이 컸다”며 공을 돌렸다.

 

“아이들에게서 가능성과 희망을 봤습니다”

박정근 선생님은 “칠보산학교 입학식 후 3개월이 돼 가는 지금 스스로 공부하며 열심히 뛰노는 아이들의 변화에서 가능성과 희망을 느꼈다”면서 “곧 시행령이 마련될 ‘대안학교법’에 발맞춰 나아가 교육과정을 내실있게 운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교기념 행사에 참석한 서울과 과천의 대안학교 관계자들도 칠보산학교에 대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과천에 소재한 ‘무지개학교’의 관계자는 “자연과 벗해 있는 칠보산학교가 샘날 정도”라며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을 키우며 자라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을 축하했다.

이어 아이들과 학부모가 함께 부른 ‘꿈을 꾸지 않으면’이란 노래는 꿈을 현실로 가꿔가고 있는 칠보산 가족들의 모습에서 희망의 증거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 증거는 박정근 선생님이 낭독한 고사 축문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 고사축문을 낭독하는 박정근 선생님

‘(전략)
꿈과 희망이 현실의 어려움을 이기는 힘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자유로운 생각과 아름다운 마음으로 희망을 배우며
사랑의 온기를 느끼는 아이와 어른이 어우러진 터전.
누구에게나 차별없이 열려있는 칠보산학교를 기원하며…
(후략)’

 

 

‘생기넘치는 모습으로 산을 오르는 아이들’

기념식이 끝나고 칠보산가족과 참석자들은 칠보산 전망대까지 등반하며 ‘칠보산 호흡하기’ 행사를 가졌다.

박정근 선생님과 대화나누며 산을 오르면서 아이들을 살펴보니 방글방글 웃으며 힘든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랜만에 산에 오른 기자는 다소 거친 호흡을 뿌리며 전망대에 올라 숨을 고르고 있었지만 아이들은 힘이 남는지 탁 트인 수원시 전경을 내려다보며 연신 메아리를 만들고 있었다.

특히 혜란이는 힘이 남아도는지 반가운 친구를 만난 것처럼 천방지축 뛰어다니며 즐거운 모습이었다.

박정근 위원장은 “아이들이 공동육아 놀이방 시절부터 산에 자주 오르내려서 그런지 힘이 넘친다”고 말한다.

 

“입시위주의 교육은 아이와 사회발전에 도움이 안 됩니다”

칠보산 정상의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쉬고 내려오는 길에서 박정근 선생님은 칠보산학교의 미래와 우리 교육에 대한 단상을 펼쳐보였다.

앞으로 초등과정 이후의 계획에 대해 묻자 박정근 선생님은 “앞으로 중·고교 과정을 포함한 중등교육과정을 개설해 수원시에 대안교육의 뿌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기자는 조기유학을 가서도 보습학원에 수강하는 학생들에 대한 뉴스를 설명하며 의견을 묻자 박 위원장은 “그게 옳은 방법은 아니다”라며 “아이의 장래와 (그런 교육방법이)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몹시도 그리웠던 양푼 비빔밥’

   
▲ 개교기념행사 참석자들의 친목과 소통에 한 몫한 양푼비빔밥

사실 기자가 칠보산학교 개교기념행사를 찾았던 건 입학식 때 맛봤던 양푼비빔밥 탓도 있었다.

유기농 채소와 직접 버무린 특제 양념고추장으로 맛을 낸 비빔밥은 아직도 기자의 입맛에 별미 하나를 추가했었다.

참석자와 학부모, 아이들은 커다란 양푼에 버무려진 비빔밥으로 식사를 나누며 담소를 나눴다. 커다란 양푼에 담겨진 것은 비빔밥만은 아니었다.

즐겁고도 맛있는 식사, 맑은 공기, 아이들의 천진한 웃음과 학부모들의 넉넉한 미소 덕분에 시간의 존재감을 잠시 잊었던 기자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발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돌아서는 길목에 개교를 기념해 심겨진 작은 은행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박정근 선생님의 얘기를 떠올리며 칠보산학교의 꿈이 은행나무와 함께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하며 그곳을 떠났다.

 

   
▲ 칠보산학교의 꿈을 담아 무럭무럭 자라기를…

"전에는 수업종이 울려도 자리에 앉지 않던 아이들이 이제는 종을 울릴 필요없이 자발적으로 수업에 참여합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스스로 과제와 문제를 두고 스스로 해결하고 풀어가는 모습에서 대안교육에 대한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강하게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