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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환 여의도통신 대표기자 | ||
노무현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열고, 제2기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 산하에 교과서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는 등의 몇 가지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한편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온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관련해 일본의 국민여론 등을 고려해 '제3의 추도시설' 건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야스쿠니 신사가 끊임없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해 필자는 작년 9월 인간개발연구원 조찬강연의 강사로 나선 48세의 일본 정치인 쓰에마쓰 요시노리 의원(중의원, 민주당)으로부터 의미 있는 발언을 들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2차대전의 A급 전범을 신(神)으로 모신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 총리가 참배하는 것에 한국인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 신도의 원류에 해당하는 신사는 사실 야스쿠니가 아니라 이세 신궁이다. 고이즈미가 이세 신궁을 참배했다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야스쿠니는 육·해·공군 출신 관리와 전몰군인의 위패만 모신 곳이다. 여기에는 일본에 대항한 반란군이나 민간인의 위패가 아예 없다. 결국 야스쿠니를 참배한다는 것은 고이즈미가 2차대전을 성전(聖戰)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면서 쓰에마쓰 의원은 이런 의미 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밑바탕에는 '국가는 올바른 전쟁만 한다'와 '전범을 용서하고 충정을 기리자'는 전제가 깔려 있다"고 발언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쓰에마쓰 의원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본의 민주당이 야스쿠니 신사를 대체할 수 있는 '제3의 추도시설'을 세우자고 제안한 것도 이러한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을 막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일본의 국민여론 등을 고려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고이즈미가 '제3의 추도시설' 건립을 검토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그나마 전향적인 변화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표에 죽고 사는' 정치인 고이즈미의 '립 서비스'일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왜냐하면 최근 일본 전몰자 유족의 유일한 전국 조직으로 1백만 가구의 회원을 가진 '일본유족회'가 "이웃나라에 대한 배려"를 들어 사실상 참배 중단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일본 내부의 양심적 목소리가 이러한 미묘한 정세의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 논설주간은 얼마 전 기명 칼럼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철저히 나치를 단죄하며 과거를 청산한 독일의 방식이 훌륭했다면 그에 비해 도리어 총리가 A급 전범에게 참배하는 일본의 방식은 매우 '하수'(下手)에 속한다"고 비판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하는 양심의 목소리에는 '올바른 전쟁은 있을 수 없다'와 '모든 전쟁은 악(惡) 그 자체다'라는 인류 비원의 메시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