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판교와 분당, 서울 강남 등의 아파트값 폭등을 둘러싸고 정부의 부동산 가격 안정 대책이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치권에서 논란의 첨단에 서 있는 것은 바로 아파트 분양원가의 공개 여부다. 현재 주공아파트 등 공공 분야의 아파트 분양 원가는 공개되고 있지만, 민간 부문 아파트의 경우는 공개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와 정치권 일부에서는 아파트 분양 원가를 공개해 치솟고 있는 아파트 분양가의 거품을 제거해야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측에선 시장 논리에 어긋나고 건설 경기의 위축이 우려되며 오히려 집값이 폭등할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다.
◇ 쟁점 1. 시장 논리 위배 ? =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논리는 바로 공급자가 자신의 비용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하는 것은 시장의 논리에 위배된다는 점이다.
휴대폰 제조업자나 의류제조업자 등이 제품을 생산하는데 들어간 비용을 일일이 공개하지 않듯이 아파트 건설업자도 건설 과정에서 든 비용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기업에게 영업 비밀의 공개를 강요하는 꼴로 헌법 제119조의 기업 영업활동 자유 보장 조항에 어긋난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과 정치권 일부 등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하는 측에선 "그렇다면 건설회사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는 데도 이를 계속해서 방치해야 하느냐"고 되묻고 있다.
즉 지난 1999년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 이후 서울시의 경우 평당 아파트 분양가가 604만원에서 2005년 현재 1409만원으로 인상률이 6년간 2.3배에 달하는 등 물가 인상율이나 땅값 인상 등을 감안하더라도 건설업자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건설업자들의 폭리로 인해 기존 아파트값이 덩달아 오르고,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일반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는 등 시장의 왜곡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지적이다.
◇ 쟁점 2. 건설경기 위축·집값 폭등? = 이와 함께 아파트 분양원가가 공개될 경우 건설업이 위축되고 결과적으로 집값이 폭등할 것이라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전자는 "분양원가를 공개할 경우 수익창출이나 주택품질 향상을 위한 차별화 전략이 무의미하므로 원가절감과 기술개발 등에 대한 노력을 게을리하게 돼 주택산업이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밑천'을 다 드러내놓고 장사를 하게 된 건설업자들이 아예 사업을 포기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건설업이 위축되고 집값도 폭등하게 된다는 것.
하지만 후자측은 "대기업을 위주로 극소수 건설사가 1999년 분양가 자율화 이후 폭리 혜택을 받았을 뿐"이라며 "분양원가를 공개해도 적정 이윤만 보장해주면 건설업자들이 집을 짓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 정치권 오락가락, 결론은? = 이러한 논란 속에서 열린우리당과 청와대, 한나라당 등 정치권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락가락하고 있어 부동산 가격 폭등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4·15 총선 당시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가 반대론자의 주장에 밀려 원가공개 대신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는 수준에 그쳤고, 현재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를 대표하는 한덕수 경제부총리도 지난 15일 국회 재경위에서 "분양원가의 경우 가격을 내리라는 요구로 이어져 시장의 혼란이 오고 시장원리에 맞지 않다"며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부동산 가격 폭등을 비난하는 최근의 여론에 밀려 지난 17일 "현재의 부동산 대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오는 8월까지 새로운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히고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 내부 의견 조율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김양수(경남 양산) 의원이 지난 9일 대정부질문에서 분양원가 공개를 주장한 후 한나라당은 이에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으로 양분돼 있다.
지난 13일 이혜훈 한나라당 제4정조위원장은 "원가공개를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 15일 박근혜 대표가 "당론이 아니다"라며 이를 뒤집었다. 그러나 강재섭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이에 대해 "분양원가 공개가 반시장적이지 않다"며 찬성의 뜻을 표시했다.
<여의도통신=김봉수 김동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