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상공인들과의 술자리에서 '맥주병 유혈 난동' 사건을 저지른 한나라당 곽성문 의원의 취중 행동으로 정치권의 폭탄주 문화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맥주잔에 양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가 그 존재를 드러낸 사건은 1986년 이른바 '국방위 회식사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5공 군사정권 시절, 12·12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당시 박희도 참모총장을 비롯한 장성들과 국회 국방위 의원들이 폭탄주를 마시다 양측간 감정 싸움으로 술병이 날아다니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진 것이다.
훈련으로 다져진(?) 군인들에게 일방적으로 구타를 당한 의원들의 일이 알려지면서 당시 이 사건은 정쟁으로 비화됐다. 결국 별들이 줄줄이 옷을 벗으면서 일은 마무리됐다. 이 일로 폭탄주라는 생소한 음주문화가 세상에 알려졌다.
최근에는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정동영 통일부 장관에게 폭탄주나 한번 하자고 제의할 정도로 폭탄주는 한국 정치를 대표하는(?) 명물이 됐다.
수원 지역 국회의원 중 대표적인 주당을 꼽으라면 김진표 교육부 장관과 심재덕 의원을 들 수 있다.
김진표 장관은 폭탄주 30잔과 양주 스트레이트 30잔을 한 자리에서 마신다는 공포의 '30-30' 클럽 멤버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당내에서도 대표적 주당이다.
재경부 공보관 시절 김 장관의 폭탄주 제조에 쓰러진 기자들도 부지기수라는 전설 아닌 전설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널리 회자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알아주는 주당인 고건 전 총리가 '텐-텐주'를 즐기는 것에 비한다면 김 장관의 술 실력은 그야말로 주선(酒仙)급.
폭탄주를 즐겼던 김 장관도 장관직으로 자리를 옮기면서는 술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어졌다. 산적한 교육 현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느라 정신이 없다는 것.
매일 자정에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며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김 장관은 최근 청사 인근의 한 호텔에서 출퇴근을 하며 교육 정책을 챙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민선 수원 시장을 지냈던 심재덕 의원은 '수원천 칵테일'이라는 독특한 주법(酒法)을 자랑한다.
맥주 잔에 사이다를 반쯤 부어놓고 거기다 소주를 섞어 마시는 '수원천 칵테일'은 심 의원이 민선 수원 시장 수원천을 맑은 물이 흐르는 하천으로 만들겠다는 소망을 담아 제조한 그만의 특허 상품이다.
시장 재직 시절 수원 지역 정가 모임마다 선보인 '수원천 칵테일'은 사이다의 톡 쏘는 맛 때문에 술이 순하게 느껴지지만 그 효능은 원조 폭탄주를 찜져 먹을 정도로 상당한 위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지역 주당들의 설명이다.
시장 재직 시절 수원 경찰서장으로 신규 부임한 젊은 서장이 심 의원의 수원천 칵테일을 만만하게 봤다가 결국 쓰러진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심 의원은 시장 재직 시절 개발한 수원 특산주 '불휘'를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원을 찾는 귀한 손님들에게는 꼭 불휘를 맛보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해 경기도지방경찰청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 가진 의원들과의 만찬에도 불휘가 등장했다.
술이라면 손학규 경기도지사도 두 의원에 뒤지지 않는다. '두주불사형'에 해당하는 손 지사는 지난 13대 국회 등원 초기, 그의 가공할 술 실력 때문에 동료의원들이 '과연 교수 출신일까'라는 의구심을 가졌을 정도다.
지난해 국정감사가 끝난 후에는 심재덕 의원과 손학규 지사가 술에 취해 어깨동무를 하고 화홍문 앞을 거닐었을 정도로 두 사람은 절친한 술 친구이기도 하다.
이에 비해 열린우리당 이기우 의원과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술 자리를 마다하지는 않지만 즐겨 마시지는 않는 스타일. 이 때문에 젊은 사람이 몸을 너무 사린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고 한다.
<여의도통신=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