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칼럼]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아이

성격 형성ㆍ정신 건강에 악영향 끼칠 수도방광부실ㆍ불안 등 원인따라 처방 달리해야

   
▲ 김정희(한의사) 본지 한의학 전문위원
예전에는 밤에 이불에 지도를 그리면 '오줌싸개'라고 하여 키를 쓰고 이웃집을 돌며 소금을 얻어 오게 해서 혼을 냈었다. 옛날에는 이불도 귀하고 세탁이 쉽지 않은 시절이어서 아이들이 밤에 지도를 그리면 냄새가 빠지지 않은 이불을 다시 덮고 잠을 자야만 했다.

과거에 힘든 시절에는 아이들의 정신 건강이니 하는 것은 사치였기 때문에 혼을 낼만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밤에 오줌을 싼다고 해서 혼을 내는 부모는 거의 없다.

야뇨증은 이렇게 소변을 가릴 나이가 되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가리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야뇨증은 나이가 들면서 대개는 좋아지지만, 사춘기에 이르러서도 증상이 남아 있는 경우가 상당수 있으나 수치심 때문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야뇨증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낫는 것으로 생각하여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야뇨증이 어린이의 성격 형성이나 정신 건강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야뇨증 어린이는 오줌싸개라는 부끄러움을 참아야 하는 동안 점점 소극적으로 변하며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 성장기 아이들의 건전한 정신건강과 자아형성을 위해서는 반드시 치료되어야 할 문제이다.

한방에서는 야뇨증의 원인을 신기부족(腎氣不足)ㆍ비폐기허(脾肺氣虛)ㆍ심기소사(心氣所使) 등으로 분류한다. 그 중에서도 야뇨증의 가장 주된 원인은 신기부족과 방광(膀胱)의 허냉(虛冷)이다.

신기가 부족하면 방광의 괄약근이 약화되어 이완되고 무력해져서 조절기능이 떨어진다. 이런 경우 오줌줄기가 힘이 없고 가늘며, 맑은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특징이다.

한방치료는 장부의 허실을 따져 문제점을 파악한 뒤 근본치료에 접근하고 있다.

신기부족과 방광허냉의 경우에는 신ㆍ방광 기능을 향상시켜주고 방광의 성숙과 기능을 도와주는 한약을 써야 한다.

비폐기허의 경우에서는 소화기, 호흡기의 기를 보강시켜 성장과 발달을 도와주는 한약을 쓰고, 불안이나 심리적 갈등ㆍ공포ㆍ불만 등의 정신적 원인에서 비롯된 야뇨증엔 심신의 안정을 도와주는 한약을 처방하면 곧 호전된다.

야뇨증의 치료는 부모와 전 가족의 애정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오줌을 싸더라도 심한 구박이나 벌을 주어서는 안되며, 치료 도중 오줌을 싸지 않았을 경우에는 달력에 스티커를 붙이거나 하는 방법으로 칭찬을 많이 해서 자신감을 심어주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김정희(한의사) 본지 한의학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