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행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

고은 시인(85)의 상습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가 고 시인으로부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한 최영미 시인이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50여개의 여성·노동·시민사회단체가 모인 미투행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23일 오후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은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본인 자신”이라며 “고은은 당장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멈추고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시인은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에 성추행 의혹을 폭로한 최 시인과 박진성 시인을 상대로 각 1000만원, 이를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 2명에게는 20억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냈다.
최 시인은 계간 문화지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린 시 ‘괴물’로 고 시인의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다.
시에서 최 시인은 “En선생 옆에 앉지 말라고/ 문단 초년생인 내게 K 시인이 충고했다/ 젊은 여자만 보면 만지거든”이라고 썼다.
최 시인은 “분명한 사실은 고은 시인이 술집에서 자위행위를 하는 것을 내가 목격했다는 것”이라며 “오래된 악습에 젖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불쌍한 사람의 마지막 저항이라고 생각한다. 민족문학의 수장이라는 후광이 그의 오래된 범죄행위를 가려왔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이 재판에는 개인의 명예만이 아니라 이땅에 사는 여성들의 미래가 걸려있으므로 모든 것을 걸고 싸우겠다”며 “이 재판은 그의 장례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1993년 서울대 조교 성희롱 사건 등을 언급하며 “우리사회에서 성폭력 피해자들에 대한 무고나 명예훼손 역고소는 늘 있어왔다”며 “이는 피해자들을 입막음 시키고 피해자지원단체 활동을 위축시키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맡은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고은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며 합당을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오히려 거액의 민사소송을 제기해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를 주고 있다”며 “더 이상 예술성이라는 미명 하에 여성에 대한 성추행, 성희롱이 용인되지 않도록 이 사건 실체를 밝히고 치밀하게 법리를 전개해 꼭 승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영미 시인의 결단은 수많은 피해자들의 용기가 되었다. 최 시인은 “김지은씨를 지지합니다. 우리가 연대해 싸워서 새로운 정의를 만듭시다!”라고 외치며 안희정 무죄 판결에 대해 비판하고 대중의 연대를 호소하기도 했다. 최영미 시인의 이러한 행보는 미투 운동의 확산에 중요한 마중물이 되었고,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8년 서울시 성평등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