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이나 되는 녀석들 먹여 살리려면 밤새 대리운전하는 걸로도 모자라지요"
대리운전기사 서정희(47ㆍ여)씨가 사는 수원 지동의 낡은 회색 슬레이트 지붕 집.
언뜻 봐서는 여느 집과 다르지 않은 이곳은 병들어 버려지거나 주인 잃은 개들이 모여 사는 '개 고아원'이다.
한달 전 유기견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이'와 '검둥이'에서부터 들어온 지 4년된 고참 '똘이'까지 이곳에 있는 유기견들은 '고아원장' 서씨의 보살핌이 아니었다면 거리를 떠도는 신세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서씨가 유기견을 모아 기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
당시 가족들과 떨어져 살며 모친을 여의고 심한 우울증을 겪던 서씨에게는 버려진 개를 키우는 것이 삶의 큰 위안이었다.
처음 서씨는 고등동 연립주택 베란다에서 개들을 키웠지만 유기견이 13마리를 넘어서면서 공간이 부족해지자 지금의 보금자리로 이사했다.
비가 오면 세숫대야를 받쳐야 할 정도로 낡은 30만원짜리 사글셋집이지만 대여섯 평 남짓한 마당이 딸려 있어 서씨와 '자식'들은 대만족이었다.
그러나 서씨가 형편이 넉넉해 유기견들을 돌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기불황 여파로 남문시장에서 운영하던 이불가게가 폐업 위기에 처해 지난 4월부터 대리운전, 보험외판원 일에까지 뛰어 들었지만 딸린 식구가 많다보니 넉달 밀린 수도요금 8만4천원을 내지 못해 보름 전부터는 아예 수돗물이 끊겼을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많게는 60마리에 이르던 개들을 눈물을 머금고 주변에 나눠주는 '생이별'을 겪고 서씨는 지금은 20마리만 키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럽다'는 이웃들의 민원까지 제기돼 서씨는 곧 남은 식구들을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야할 처지다.
'믿지 못할 사람보다 개들이 더 좋다'는 서씨는 "사람도 아닌 개에게 왜 그리 정성을 쏟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지만 이 녀석들도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며 갓 태어난 강아지들을 품에 보듬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