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이별 교차한 수원상봉장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남북이산가족 화상상봉장]

15일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화상상봉장에는 모두 3가족이 나와 반세기만에 한 핏줄임을 확인하고 만남의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을 나눴다.

남측 3가족은 화상상봉이 이뤄진 이날 일찍부터 북측의 이산가족들을 만난다는 설렘으로 한적 경기도지사 5층 화상상봉장을 찾아 식사도 거른 채 초조한 모습으로 차례를 기다렸다.

상봉장 주변에는 모니터 고장과 고령 상봉자들이 상봉의 충격으로 쓰러질 것을 우려해 모니터 점검반과 의료진 10여명이 대기하며 만일의 사고에 대비했다.

특히 상봉이 이뤄지는 동안 남측의 이산가족은 북의 가족들이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낸다는 소식에 안도했지만 생사를 몰랐던 형제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소식을 듣고 참았던 눈물을 쏟기도 했다.

"통일될 때까지 건강하게 잘 있으세요"

"삼촌, 고모님 통일되는 날 뜨겁게 포옹하자요"

이날 오후 4시 3가족 가운데 마지막 만남을 가진 남측의 엄창분(98ㆍ충북 제천시 동현동) 할머니의 아들 장연순(65)씨는 북측의 손자 현덕(36), 현옥(44ㆍ여)씨를 화상을 통해 만난 뒤 기쁨과 이별의 아쉬움을 가슴에 담고 이같은 이별 인사를 나눴다.

당초 이 가족은 엄 할머니와 월북한 것으로 알려진 큰 아들의 화상상봉을 기대했다.

그러나 범순씨의 사망소식을 한적을 통해 미리 전해들은 영순씨가 노환의 어머니가 쓰러질 것을 우려해 상봉 사실 자체를 숨겨 결국 엄 할머니는 상봉장에 나오지 못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들 가족의 만남은 범순씨의 자녀라고 얘기한 북측의 조카 2명과 남측의 동생 연순, 연옥(76ㆍ여)씨의 상봉으로 40여분만에 짧게 진행됐다.

처음보는 얼굴, 60년이라는 분단의 아픔을 뛰어넘지 못하고 어색한 분위기속에 상봉을 마친 엄 할머니의 셋째 아들 연순씨는 "북의 조카 현덕, 현옥이가 큰 형의 사진을 보여줬는데 젊을 때 모습이라 맞는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장씨는 상봉시간 수차례 조카들에게 큰 형의 이름을 되묻기도 했다.

장씨는 상봉장을 나서며 "통일이 되는 날 손을 맞잡고 못다한 얘기를 나누자"고 말했다.

이날 휠체어를 타고 상봉장을 찾은 남측의 김기주(95ㆍ대전시 중구 대사동) 할아버지는 북의 아들(58)과 딸(61), 동생(74)을 만나 이산의 한을 달랬다.

김 할아버지는 북측의 딸을 향해 "수자(수영)야"하고 부르자 딸 수영씨는 두팔을 벌려 "아버지한테 한번 안겨봤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며 울먹여 주위를 숙연케 했다

이어 상봉을 가진 김산해(97ㆍ용인시 구성읍) 할아버지는 북에 두고 온 두 딸(63, 60)의 훌쩍 커버린 모습을 화면으로 지켜보며 "통일되면 (북에 두고 온 딸들에게) 집 사주려고 적금까지 들었다"며 통일이 되는 날을 기다리자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나 김 할아버지가 "너희들 엄마가 살아서 이 모습을 봤으면 얼마나 좋았을고"라며 지난 1월 세상을 먼저 등진 아내(92)의 소식을 북측의 딸들에게 전할 때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리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