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이순신 리더십의 정수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
"넬슨은 군신(軍神)이라 부를 정도의 인물이 아니다. 군신의 이름으로 불릴 만한 참된 제독이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오직 이순신 한 사람 뿐이다. 이순신에 비한다면 나 자신은 하사관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다."

1905년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전함 37척을 격침함으로써 러일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던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이 했던 말이다. 이순신 리더십의 탁월함을 밝혀 주는 헌사는 이외에도 수없이 많다.

정치권이 그런 이순신을 가만히 둘 리 없었다. 특히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이 대단원의 막을 내릴 즈음 정치권의 '이순신 마케팅'은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여야에서 나온 대표적인 말과 글을 골라보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당시 12척을 갖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이었을 때 이순신 장군은 우리에게는 아직도 12척이 있다는 긍정적인 리더십으로 국난을 극복했다. 이순신 장군의 상유십이(尙侑十二) 정신을 본받자." (정세균 열린우리당 원내대표가 8월 29일 통영 워크숍에서 한 말)

"판옥선 12척을 갖고 왜군과 싸웠던 이순신 장군과 같은 비장한 결의와 단심이 없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을 볼모로 한 협박을 그만두고 스스로 판단해서 (하야의) 결단을 내려주기 바란다." (이상배 한나라당 의원이 8월 30일 당 홈페이지에 올린 글)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가 이순신 리더십을 거론하면서도 정작 그 안에 숨어 있는 내면적 본질에 천착하기보다는 외형적 현상에 주목하거나, 자신을 돌아보는 거울로 삼기보다는 상대를 공격하는 무기로 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순신 리더십의 정수는 '자기 성찰의 리더십(Self Leadership)'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아울러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상징적 코드가 바로 <난중일기(亂中日記)>에 있음은 물론이다.

실제로 이 일기에는 '영웅 이순신'의 '빛(明)'은 물론이고 '인간 이순신'의 '그늘(暗)'까지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때로는 억누를 길 없는 절망과 죽음에 대한 자각 증상이 서슴없이 표출되기도 했는데, 예컨대 백의종군 중이던 정유년 4월 16일 이순신은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지고, 나는 맥이 다 빠진 데다가 남쪽 길이 또한 급박하니, 부르짖으며 울었다. 다만 빨리 죽기를 기다릴 따름이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과 수난 속에서도 이순신은 끝까지 자기 사명에 대한 인식과 성찰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당당한 자기 선언에서 알 수 있듯이, 이순신은 마침내 외부와 내부의 적이 휘두르는 어떠한 검과 칼로도 벨 수 없는 견고한 리더십의 판옥선(板屋船)과 귀선(龜船)을 건조할 수 있었다. 결국 23전 23승의 신화는 '자기와의 싸움'에서 출발했던 것이다.

"장부로서 세상에 태어나 나라에 쓰일진대 죽기로써 진력할 것이며, 쓰이지 않으면 들에서 농사짓는 것으로 족하다. 권세에 아첨하여 한때의 영화를 노리는 것은 내가 가장 부끄럽게 여기는 바다."

정지환(여의도통신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