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한 곳곳에서 생각과 마음, 감정이 통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복임에도 불구하고 소통에 목마른 시대다. 그만큼 소통을 향한 갈망 또한 간절하다. 사람을 향한 따뜻한 소통, 대안 없는 비판이 아닌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 지식인의 사명인데도 그렇지 못한 것이 요즘이다.

그래서 일까? ‘신뢰’와 ‘불신’, 그리고 ‘소통’은 최근 몇 년간 정부와 관련된 이슈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는 단어들중 하나였다. 과거 정부만 해도 그렇다. 오죽하면 대형 국가적 재난을 겪으면서 국민에게 ‘소통 부재’라는 비판을 받아 왔을까.

일찍이 이를 간파한 중국의 장자(莊子)는 소통 철학을 3가지로 요약했다. 첫째가 ‘나와 상대방과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라 했다. 이는 상대방이 나와 ‘틀린’ 존재가 아니라 ‘다른’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두 번째는 이를 상대방에 맞도록 적합한 실천을 해야 한다고 했다. 마지막으론 소통을 통한 자신의 변화다. 장자의 소통 철학이라는 위의 세가지는 지금도 리더십의 덕목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이야기된다.

사실 소통의 근간은 대화다. 그리고 중심에는 토론이 있다. 토론 문화를 한 국가의 민주주의를 평가하는 중요한 척도로 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리스가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던 것은 정치적 · 경제적 · 사회적 · 법적 주요 사안에 대해서 토론을 의사결정의 수단으로 인식하고 이를 활용해 왔기 때문이다. 영국과 미국에서 근대 민주주의가 태동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토론 문화가 있어서였다. 지방자치시대인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의 토론 문화는 어떠한가? 최근 학교에서 토론식 수업을 도입하고 직장에서는 토론식 회의를 하고 방송에서는 정책 토론회를 열고, 특히 방송사마다 시의적절한 주제를 다루는 토론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보내는 등 나름대로 토론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고무적이긴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너무 형식에 얽매여 있거나 정책의 타당성을 검증하고 문제의 본질을 규명하기보다는 자기주장만 계속해서 되풀이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생각하거나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말은 들으려 조차 하지 않거나 하는 태도는 토론 문화를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지금이야 많은 변화가 있지만 몇년전만 해도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든 그것과 상관없이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토론이 여과 없이 방송됐다. 정치적인 사안을 놓고 리더들이 맞붙을 경우는 더욱 그랬다. 토론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저 답답하기만 했다. 이러한 토론 방식은 토론의 원래 모습과 거리가 멀다.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근거에 입각해서 합리적으로 설득하기보다는 자기 생각을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자기편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하고 대중의 인기를 의식한 포퓰리즘에 편승한 발언이 난무 해서 더욱 그랬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볼때 수원시가 11일 저녁 7시부터 수원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실시하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버스 문제 해법 모색을 위한 대토론회’는 의미가 매우 크다.

자신의 주장에 대해서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고, 상대방의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점에서 잘못되어 있는지를 충분히 따져서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의사를 결정하는 방식인 토론본질의 장점을 최대한 살린 새로운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번 버스대토론회는 전문가 패널의 주제발표가 중심이 되는 기존 토론회와는 다르다. 시민이 토론을 주도한다. 시민 의견 수렴에 토론회의 초점을 맞췄다. 정해진 질문과 답변은 없다. 그리고 수원시 유튜브 · 페이스북 계정 등에서 생중계된다. 그야말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토론회인 것이다.

버스운수종사자 · 버스회사 대표 · 시민단체 대표 · 교통전문가 · 노동전문가 · 대학 교수 · 언론인 등으로 이뤄진 전문가 패널 10명과 100명 이상의 시민 패널이 버스 문제를 주제로 토론하며 시민이 직접 문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새로운 방식의 토론회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동안 500인 원탁토론 등 시민 참여를 높인 충분한 토론으로 의사를 결정해온 염시장의 ‘소통의 리더십’이 충분히 반영된 새로운 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거기에 ‘경청’의 자세도 더해졌다. 리더십에서 경청은 매우 중요하다. 누구나 자신의 말을 경청하는 사람을 신뢰하고 헌신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청은 성공적인 리더가 되기 위한 토대나 다름없다. 또 경청이 있어야 다양한 생각이 교환되는 토론회에서 더 지혜로워질 수 있고 효과적인 대안도 제시할 수 있다.

‘다른’ 것은 틀리거나 나쁜 것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서 사용한다. 나와 생각이 다를 경우 ‘틀렸다’라고 표현하는데, 이런 표현의 밑바닥에는 ‘나만이 옳다’는 독단적인 생각, 또는 ‘나와 다르기 때문에 나쁘다’는 부정적인 판단이 깔려 있어서다.

이번 대토론회를 통해 이런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토론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김 갑 동(수원일보 대표이사)

김갑동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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