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풍경] 여의도는 지금 보도전쟁 중

국감 앞두고 언론 시선 끌기 위한 묘수 백태심재덕 의원 '지방정부 호화청사' 효과 만점

국정감사를 앞둔 여의도는 지금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 지난 6일 자정을 넘긴 시각, 김문수의원실의 한 보좌관이 업무에 열중하고 있다. 보좌관 뒤로 보이는 벽시계는 현재시간이 새벽 1시 20분경임을 알려주고 있다. /여의도통신 한승호/ hanphoto77@ytongsin.com
의정활동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를 앞둔 각 의원실은 저마다 자료 확보에 몰두하며 여론의 시선을 끌 ‘작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국감이 다가오면서 각 의원실 보좌진들의 책상 위에는 국회 출입 기자 명단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다가오면서 각 언론에는 의원들의 국감 자료를 인용한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국감 시즌, 각 언론의 보도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실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14일자 경향신문은 1면에 ‘새 국립박물관 전시물 설명판 오탈자 200여곳’ 이라는 기사를 열린우리당 민병두(비례대표) 의원의 국감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국감이 다가오면서 각 언론 기사에는 ‘000 의원실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인용 기사가 눈에 자주 띈다. 때문에 언론이 관심을 끌 만한 자료를 생산하는 것도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보좌진들의 주요 임무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13일 주택공사가 퇴직자 자녀의 채용을 보장하는 문서를 발급하고 이들을 우선 채용했다는 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이날 MBC 시사프로그램 등 각 언론에서 주요 이슈로 다뤘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주택공사의 이른바 ‘세습 채용’ 관행은 언론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이슈였던 셈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국정감사가 정책국감이 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막상 국감 현장에서는 정책보다는 소위 ‘섹시한 이슈’가 더욱 주목을 받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들은 언론의 관심을 끌 만한 소재를 발굴해 자료를 배포하기도 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우수 국감의원으로 선정됐던 야당의 한 의원은 “국감 현장에서 정책 질의를 던지면 언론이 잘 안 받아준다”며 “때론 (언론의 관심을 끌만한) 양념도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실제로 <국정감사 실무 매뉴얼>의 저자인 서인석 보좌관(안상수 한나라당 의원)도 “국정감사와 관련한 언론보도가 1년 농사(의정활동)의 성패를 가름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고 토로한 바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 입장에서 자신을 알리기에 가장 좋은 마당인 셈. 때문에 언론보도를 타기 위한 보좌진들의 묘수 짜내기도 다양하다. 연합뉴스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정공법을 쓰는 의원실도 있고, 평소 친분이 있는 기자와 협의해 아예 보도 시점과 비중까지 조율하는 곳도 있다.

   
▲ 지난 12일자 서울신문에 보도된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신축 현황.
열린우리당 심재덕 의원의 경우, 연합뉴스를 주로 이용하는 케이스. 심 의원은 이번 주 연합뉴스에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방자치단체의 청사 신축 현황을 터트렸다. 서울신문 등 각 언론에서는 연합뉴스의 보도를 보고 주요 기사로 취급했다.

초선 의원들은 주로 연합뉴스를 이용하는 반면, 다선 의원이거나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이슈파이터' 형 의원들은 친분이 있는 기자나 매체를 골라 소스를 주기도 한다.

올해 국감은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인 22일부터 시작된다. 우리 지역 의원이 어떤 활약을 펼치는지, 어떤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는지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국감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