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꺼풀이 천근만근!

[포토기획] 국감현장에서 쏟아지는 잠


 

쏟아지는 잠 앞에선 장사가 없다.
야수 밥 샙을 무너뜨린 천하장사 최홍만도 잠 앞에선 '밥'이다.
오죽하면 수마(睡魔)라는 말까지 생겼겠는가.
잠의 마귀 야수처럼 밀려오면 만사가 끝이다.

터지는 하품을 그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철벽 수비 홍명보도, 네덜란드 물막이 소년도 못 막는다.
눈두덩이 아무리 눌러도,
서류로 아무리 가려도,
손으로 아무리 받쳐도,
카트리나처럼 밀려오는 잠은 못 막는다.

잠 앞에선 만인이 평등하다.
최고령 의원과 초선 의원도,
국회부의장과 보좌관도,
송곳 의원과 방패 공무원도,
강경파 의원과 온건파 의원도,
안기부 출신 의원과 운동권 출신 의원도,
남성 의원과 여성 의원도,
잠 앞에선 눈을 감는다.
잠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

잠은 천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고개를 뒤로 젖히고도 자고,
고개를 앞으로 약간 숙이고도 자고,
지금 자는 게 아니라 기도하는 것이라고 강변하는 듯하면서 자기도 하고,
입을 벌리거나 팔짱을 끼고 자기도 하고,
탁자 위에 얼굴 내려놓고 자기도 하고,
아예 의자와 탁자를 침대 삼아 노골적으로 퍼 질러 자기도 하고,
남의 시선 전혀 개의치 않고 신선(神仙)처럼 자기도 한다.

한해 동안 나라살림 잘했는지 꼼꼼히 따지느라 얼마나 피곤하겠는가.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하루종일 시달렸으니 얼마나 힘들겠는가.
모시는 의원 국감 스타 만들기 위해 밤잠 설치고 준비하느라 얼마나 졸립겠는가.
잠자는 모습, 조는 모습에 무조건 화만 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곁에서 지켜보는 우리도 때로는 안쓰럽게 느껴질 때가 있다.

이런 모습 사진에 담은 이유
그들을 조롱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직무유기 고발하기 위해서도 아니다.
그들도 우리처럼 똑같은 인간에 불과함을 보여주는 초상일 뿐이다.
정치는 저 높은 구름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낮은 일상에 깃들어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부디 잊지 마시길!
당신들의 뒤에는 미래의 이 나라를 이끌어갈 새싹들이 있다는 것을.

자장가 한 곡 선물로 드리니
맛나게 들으시고
이제 다시 깨어 일어나
기지개 한번 켜고
입술가에 묻은 침 닦고
냉수 한잔 마시고
10월 11일까지
정신 바짝 차리시라.

대한민국 살림살이 꼼꼼하게 따지는 수호천사 되시라!

 

사진 : 여의도통신 사진부 (김진석 기자, 한승호 기자)
글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