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 정치인과 브랜드

   
▲ 여의도통신 정지환 대표기자
'청계천 효과'.

이명박 서울시장이 청계천 개장을 통해 얻게 된 정치적 이득을 통칭해서 일컫는 시사용어다. 실제로 청계천 효과의 파괴력은 만만치 않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일 공개된 직후 이틀 동안에만 청계천을 찾은 사람이 1백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청계천 개장 직전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도 시사적인 결과가 나왔다. KSOI는 이 시장이 전국 평균 20%의 지지를 얻어 15%에 머문 박근혜 대표를 앞질렀다고 발표했다. 더욱이 이 시장은 박 대표의 정치적 안방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에서까지 우세를 보였다(32.9% 대 28.8%).

이러한 청계천 효과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새삼스럽게 대권주자들의 '브랜드'가 회자되고 있다. 예컨대 한 야당 중진 의원은 "삼성의 애니콜처럼 정치인도 차별화 된 자신만의 '브랜드'나 '이미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이 시장은 청계천 사업으로 '일을 할 줄 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브랜드 마케팅의 첫발을 잘 내딛은 편"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실제로 국회 안에서는 "이러다가 진짜 개천에서 용 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뼈 있는 우스개 말'이 떠돌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의 브랜드라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세련되고 화려해도 언제든지 거품이 빠져버릴 가능성이 높은 신기루와도 같은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런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월드컵 4강 신화'라는 확실한 브랜드 하나를 가지고 상종가를 치던 정몽준 후보가 한 순간의 판단 미스로 하루아침에 '정치적 부도'를 냈던 사실을 거론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면담을 통해 남북관계의 혈로를 뚫었던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사회 양극화 해소를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친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 권력을 통째로 넘겨주겠다는 대통령의 제안도 거절하고 오직 민생경제를 외치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경제지사'를 표방하고 외자유치를 위해 발벗고 나선 손학규 경기지사 등도 '브랜드 마케팅'이 가진 양면성을 정확히 이해해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명심해야 하는 것은 "브랜드 마케팅의 핵심은 철학에 있다"는 상식적 명제가 아닐까. 1백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제일 규모가 컸던 철도 회사 암트랙은 그런 점에서 좋은 반면교사가 될 듯하다.

한 세기 동안 잘 나가던 암트랙은 얼마 전 화의 조정에 들어가는 비극적 운명을 맞았는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었다. 암트랙은 항공사가 교통업계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하자 고객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공항까지 철도 트랙을 깔아주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항공사가 고사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공항을 연계하는 새로운 교통 수단으로 버스가 등장했고, 암트랙의 사업 영역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고객을 편리하고 신속하게 이동시켜 주는 것이 교통 회사의 기본 철학임을 잊은 대가는 너무나 썼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정치에 대한 기본 철학이 없는 정치인의 브랜드라는 것은 '모래 위에 지은 성'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기를!

<여의도통신=정지환 대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