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오산 ‘통합의 시대’ 열리나 …

[창간특집] 행정구역개편 급물살열린우리당, 행정체제개편 추진 … 경기 10개 市 통합 거론“수원·화성·오산은 역사적·지역적 같은 뿌리” 한목소리

“주민들이 만족하는 행정을 하기 위해서라도 행정 단위의 변화가 필요하다. (2004년 10월 7일,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심재덕 의원)”

‘행정계층 축소(행정구역 개편)에 대해 필요하다 63%, 반대한다 27%. (2005년 6월 21일,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전국 성인남녀 1천 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방자치 10년 평가 여론조사’ 발표에서)’

지난 7월과 9월에 각각 실시된 제주도와 충북 청주시ㆍ청원군의 행정구역 찬반 주민투표를 시작으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무엇보다 수원ㆍ화성ㆍ오산 행정구역 통합은 행정구역 개편 논의의 중심에 놓여진 상황이다.

열린우리당 ‘행정체제 개편추진 기획단’이 마련한 안에 따르면 경기도 내 지자체를 10개 시로 통합하는 안을 비롯해 수원ㆍ화성ㆍ오산 지역을 하나의 시로 개편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현재의 행정구역 구조가 통합과 개편이라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앞서 예를 든 지역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행정구역 개편 과정에 임하고 있는 반면, 수원ㆍ화성ㆍ오산 지역의 통합 논의는 현재로서는 정치권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학계, 1988년 이후 행정구역 개편 연구

우선 역사적으로 수원ㆍ화성ㆍ오산은 1949년 8월 15일 수원군 수원읍이 수원시로 승격되기 이전까지 ‘수원군’이라는 역사적인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수원ㆍ화성ㆍ오산은 역사적으로 지역적으로 같은 뿌리를 갖고 있는 도시였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원ㆍ화성ㆍ오산 통합과 같은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도시가 점점 광역화되는 추세에 발맞춰 행정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연구가 이미 1988년 이후 진행되면서 그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인구 104만인 수원의 경우 울산광역시(107만)와 비슷한 도시 규모를 갖추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기초자치단체인 관계로 폭증하는 행정 서비스 요구에 합당한 행정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1998년 한국개발연구원이 펴낸 ‘지역경제와 지방행정의 효율성’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행정체계의 다층화와 행정구역간 불균형으로 궁극적으로는 균형적인 지역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국가경쟁력과 행정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현행 행정계층 및 구역 체계를 개편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동국대 심익섭 교수는 2004년 11월 23일, ‘지방행정체제 문제점과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행정구역 개편의 대안으로 ▲시ㆍ군 기능 확대 ▲도-시ㆍ군간 기능 분리 ▲도 기능 완전 폐지 등을 제시하면서 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역시 생활경제권 확대로 경계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인 상황에서 행정구역 개편은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1996년 당시 여당인 신한국당이 이미 제기한 바 있으며 2000년 7월 임시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이재오 의원(한나라·서울 은평구 을)이 단층제로의 행정체계 개편을 주장했었다.

올해 2월 15일 여야 의원 31명의 서명을 받은 ‘지방행정체제 개편 촉구 결의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의원들은 현 지방행정체제는 일제에 의해 강제로 개편된 이래 계속 유지돼 왔다며 21세기 경쟁시대와 지식 정보화 시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고질적인 지역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행정체제의 근본적인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여야 의원들은 강조했다.

종합하건대 정치권이 내세우는 행정구역 개편의 이유로 현재의 광역시ㆍ도와 기초시ㆍ군ㆍ구로 이뤄진 2계층 행정구조에서는 ▲행정거래 비용 증가 ▲규제의 심화 ▲민원 서비스 행정 장애 등이 가져온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의 행정체계는 지역개발 및 효과적인 국토이용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당시 결의안이 주장하는 바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26일 유문종 사무처장(지방의제21)을 비롯한 수원지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20여명은 “수원ㆍ화성ㆍ오산 단일 행정체계 개편을 검토하자”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현재의 행정구역 체계는 행정의 효율성과 서비스 측면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산자치시민연대의 이성아 사무국장 역시 “행정조직의 세분화는 (행정력과 비용의) 낭비와 비효율을 가져올 수 있다”며 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권 중심 ‘경기 남부 경제 클러스터’ 형성

경기도의 경우 교통망과 도시별 특성을 감안해 경기 남부(수원ㆍ용인ㆍ오산ㆍ화성ㆍ평택ㆍ안성) 권역을 디지털 전자, 바이오, 항만물류 등의 산업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방안을 잠정적으로 마련해 놓았다.

특히 도는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첨단 지식산업단지를 조성하고 이를 위해 수원시, 화성시 태안ㆍ동탄지역 및 용인, 기흥 일대 110만평을 디지털 전자클러스터로 육성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했다.

이밖에 광교테크노밸리에 생명공학과 정보기술 등 첨단 R&D 센터 유치를 통해 이 지역을 과학기술분야의 메카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경제적인 관점에서 수원 인근의 오산ㆍ화성 지역의 주민들의 거는 기대도 크다.

오산시의회 김진원(대원동) 의원은 “수원ㆍ화성ㆍ오산 통합을 찬성하는 오산 지역 여론의 추이를 살펴보면 상당수 주민이 지역개발에 따른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수원권이 경기도 환상형 문화콘텐츠 클러스터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4월 10일 도가 발표한 ‘환상형 문화콘텐츠 클러스터 구축’ 계획에 따르면 KBS 드라마 센터가 자리한 수원은 문화컨텐츠 생산·지원 기지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광역도시화로 사회기반시설 확충ㆍ지역경제 발전

수원ㆍ화성ㆍ오산이 통합되면 지역간 불균형과 과세부담 등을 이유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상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진원 오산시의원은 “한쪽에서는 지역개발이나 경제적인 측면에서 찬성하고 있지만 다른 한쪽은 개편 비용에 따른 과세 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행정구역 통합으로 인한 도시개발 재원 마련이 용이하다는 주장도 있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수원은 1년에 3천200억의 도세(道稅)가 징수되고 있으며 화성과 오산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5천억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만약 현재 중앙-도-기초단체로 다층화된 행정체계가 개편된다면 수원ㆍ화성ㆍ오산에서 징수되는 도세를 사회기반시설(SOC) 확충 등 지역개발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시장은 “도세를 SOC 투자 재원으로 사용한다면 도시기반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된 광역도시로서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행정구역개편 논의 “시간 두고 공감대 형성해야”

현재 여당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개편 시안에 따르면 오는 2010년까지 주민투표를 통해 주민동의 절차를 거치고 이 과정에서 부결된 자치단체는 기존 행정체제를 유지하고 도의 기능은 행정자치부가 대행한다는 방안이다.

제주도의 경우 주민투표 과정을 통해 행정구역 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우선 지역별로 ‘혁신안’과 ‘점진안’으로 나뉘어 우세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 (제주시와 북제주군 혁신안 64.5%, 57.2%, 서귀포시와 남제주군 점진안이 56.4%, 54.9%)

청주시-청원군은 9월 29일 주민투표 결과 청주시민 91%가 찬성했지만 청원군은 53.1%가 반대해 통합을 위한 시도가 무산됐다.

화성시청 총무과 시정담당 성혁모씨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행정구역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 사회에서의 여론 추이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화성시는 제주도와 청주시-청원군의 행정구역 개편 시도가 수원ㆍ화성ㆍ오산 통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지역 내 행정구역 통합에 대한 여론이 찬반으로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는 현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 주민의 의견 수렴과 폭넓은 논의 과정’으로 집약된다.

이 부분에서 정치권, 학계, 시민사회단체 역시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4월 28일 심재덕 의원(열린우리당 지방자치특위 위원장)과 허태열 의원(한나라당 지방자치위원장)은 기자 회견을 통해 “행정체제 개편은 주민 자율의 원칙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이들 의원은 “개편 문제는 국가적인 중대사안이므로 충분한 논의과 공감대를 이룰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익섭 교수 역시 “행정구역 개편이 추진되면서 가장 첨예한 쟁점은 구역 개편에 대한 논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객관적으로 검증된 다양한 대안을 놓고 주민의 동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역설했다.

 

▲“주민위한 행정,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 있어야”

김용서 시장도 “1999년 시의회 의장 재직 시절 수원ㆍ화성ㆍ오산 시의원의 90%가 행정구역 통합에 인식을 같이 했다”며 향후 광역도시로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것으로 내다봤다.

김 시장은 “행정구역 개편의 과제는 중앙정부가 지자체 광역화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느냐에 있다”고 강조하고 “무엇보다 주민을 위한 행정 중심으로 (행정구역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못박았다.

화성시청 성혁모씨는 “광역도시로의 통합은 성급히 추진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의견이 반영된 상태에서 심도있게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과 오산 등의 시민사회단체 역시 이같은 원칙이 선행 조건임을 역설했다.

지방의제21 유문종 사무처장은 “수원ㆍ화성ㆍ오산 지역은 역사ㆍ정치ㆍ행정 등 측면에서 반드시 통합돼야 하지만 지역주민 스스로의 요구와 결정이 그 중심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논의를 지역에서부터 먼저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을 제안하며 지역주민과 시민사회의 힘으로 합리적인 개편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오산자치시민연대 이성아 사무국장도 “개편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어떤 협의 절차나 공론화 과정이 부재한 상황”임을 언급하며 운영위원회나 의결기구 같은 협의체 구성으로 통한 심도있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이들은 성급하게 추진하는 행정구역 개편은 역효과가 있음을 경계하며 지역주민 간의 허심탄회한 논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해 수원ㆍ화성ㆍ오산 지역의 통합은 주권(主權)의 ‘근원’인 국민, 즉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중심에 놓고 진행돼야 한다는 대전제는 정부와 정치권이 반드시 금과옥조로 받아들여야 하는 금언(金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