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아서 동의한 합의 취소 가능"

형사 사건 피고인이 피해자를 속여 합의를 끌어냈다면 이는 취소할 수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는 9일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민ㆍ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피고인과 합의했어도 합의 자체가 피고의 기망에 따른 것이었다면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고 밝혔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에 따르면 임모(64ㆍ안양시)씨는 지난 98년 곗돈 등 2천790만원을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김모(53ㆍ여)씨를 형사 고소했다.

그러나 임씨는 이듬해 '합의로 석방되면 빚을 갚겠다'는 김씨의 약속을 믿고 '향후 일체의 민ㆍ형사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들어있는 합의서에 서명했다.

합의 후 김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으나 채무를 전혀 변제하지 않았고 임씨는 지난 5월 김씨를 상대로 대여금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 소송을 냈다.

김씨는 '민ㆍ형사 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으므로 임씨의 청구는 부당하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는 합의 당시 채무 변제능력이나 구체적 변제계획이 없었고 석방 후 빚을 전혀 갚지 못하고 있으므로 형사합의는 피고의 기망에 의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는 원고에게 2천79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수원지부 관계자는 "의뢰인(김씨)은 합의만 해주면 돈을 갚겠다는 피고의 말을 믿고 합의서에 서명했다가 채권에 대한 민사소송마저 제기 못할 뻔 했다"며 "형사 사건 합의가 기망에 의한 것이었다면 취소의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