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비리 수사 경기도지사 겨냥하나

검찰 "단서 나오면 누구라도 수사한다"

손학규 경기도 지사의 최측근 인물로 알려진 한현규 경기개발연구원장의 10억원대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대검 중수부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검찰의 '칼끝'이 손 지사를 겨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건교부 관료 출신으로 김대중 대통령 시절 청와대 건설교통 비서관을 지낸 한씨는 경기고 선배인 손 지사가 취임하던 2002년 7월 경기도 정무부지사 자리를 받아 일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J건설이 오포읍 주택조합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박혁규 의원에게 줬던 2억5천만원의 4배나 되는 거액을 경기개발연구원장인 한씨에게 베팅한 것은 배후를 염두에 둔 보험성격이 강하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사업 인허가와 관련해 현역 국회의원에 비해 외형적 영향력이 훨씬 약한 경기개발연구원장 개인만 보고 거액을 전달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J건설과 장묘업체 M사의 돈을 받아 한씨에게 전달했다는 함모씨가 이들 업체로부터 거액의 로비자금을 받았을 때 무언가 '확실히 사업을 밀어줄 수 있다'는 믿을 만한 근거를 제시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J건설이 비자금 용처를 확인하려는 검찰의 조사과정에서 끝까지 함구하다 두달여만에 함씨의 존재를 실토한 것도 로비대상을 밝혔다가는 큰 파장이 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론도 형성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 지역에서 지구단위 계획 변경에 대한 최종 권한이 경기도지사에게 있다는 사실도 이런 다양한 의혹과 맥을 같이 한다.

정치인 출신의 손 지사가 야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자로서 거액이 소요되는 차기 대선을 준비하려 했을 것이라는 사정을 감안하면 측근을 통해 정치자금을 조성했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검찰 주변에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씨는 J건설에서 1∼2억원, M사에서 수억원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이번 사건은 실패한 로비이며 검찰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어 현재로선 손지사의 연루 의혹 제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도 만만찮다.

한씨는 검찰에 출두하기 전 언론과 인터뷰에서 "경기개발연구원에서 (오포읍 주택조합 아파트 시공사인) P건설의 오포지구 개발에 대해 부정적인 연구용역보고서를 낸 탓에 P건설이 음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씨는 자신이 받은 돈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며 손 지사를 포함해 다른 정치인에게 건네졌을 가능성도 일축하고 있다.

검찰은 정치적 파문을 의식한 듯 "아직까지 손 지사가 이번 사건에 연루됐다는 단서는 전혀 드러난 게 없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보이면서도 "수사과정에서 단서가 나오면 누구라도 수사한다"는 원칙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검찰로서 유력 정치인에 대한 '표적수사'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입장이라 신중하게 수사를 진행하되 의혹을 그냥 덮고 지나가지는 않겠다는 의중을 피력한 것으로 읽힌다.

따라서 검찰의 최종 수사의 끝이 유력 정치인의 '도마뱀 꼬리 자르기'가 될지, 아니면 '정치적 수사'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