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호흡하는 ‘건축문화’

인간과 어울리는 ‘공간예술’로[건축가 이윤필의 세계건축기행]

   
▲ 성 마르코 성당
▲ 동·서양 자연환경에 맞는 건축 양식 발달
입동이 지나서인지 몹시 추워졌고 보쌈김치에 탁배기 한사발이 그리운 김장철이 되었다.

일전에 산악회를 따라 논산의 어느 산간마을을 걸어간 적이 있었다. 감나무 꼭대기에 홍시가 제법 많이 남겨져 있었는데 까치가 곁에서 놀기만 하고 쪼아 먹지를 않는 것을 보니 아마도 비축했다가 땅이 꽁꽁 얼어서 낟알을 주워 먹을 수 없을 때 먹으려는 요량으로 금욕하는 까치의 지혜를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모르겠다.

요즘의 체감경기는 매우 춥게 느껴지고 있는데도 주식시장은 활황이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관망하는 분위기이며 일자리가 줄어들고 업종전환이 증가하면서 소득이 양극화 되고 주부들의 장바구니가 가벼워진 것 같다.

그러나 너무 낙담할 필요는 없다. 인류역사의 흥망성쇠는 비온 뒤에 땅이 더욱 굳어지듯 일정한 주기를 갖고 발전해 왔다. 이보다 더 나빠질 것이 없다고 판단되는 순간 다시금 투자 분위기가 되살아 날 것이고 고용이 확대되면서 밝고 투명한 사회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위안을 가져본다.

필자는 최근 5년간 동서양의 건축물을 탐방했다. 지면을 통해서나마 그 감동과 교훈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우선 서양의 건축문화를 분석해 보자. 그들의 기후 조건은 대서양과 지중해성 영향을 받고 있으며 동ㆍ남부 유럽은 강우량이 부족해 사막이 넓어지고 뜨거워서 고대 이집트 건축 양식을 보면 풍부한 지하의 퇴적암, 다시 말해 밀도가 낮은 석재가 풍부하게 매장돼 있어서 땅을 파고 내려가는 토목 공사 방식으로 지하 공간을 형성했다. 그것이 바로 암굴분묘이고 왕의 절대 권력이 얼마나 컸었는지 짐작케 하는 그들의 유적이다.

   
▲ 아부심벨 람세스2세 좌상
같은 시기에 지상에 축조된 고대 건축물들은 대부분 무너지고 부서졌지만 아직도 기단과 기둥 그리고 보가 몇 개씩 얼기설기 걸쳐져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물론 내부 공간이 적고 압축력만을 이용해서 쌓아 올린 기재의 피라미드는 다르지만 이집트적인 자연 환경을 최대한 이용해서 형성한 암굴분묘는 아직도 건재한 유적으로 남아 있으며 벽면의 프레스코 화법이 그 시대의 화려하고 찬란했던 문화를 엿볼 수 있게 하여 감동적이다.

중ㆍ서부 유럽의 자연환경은 어떠한가? 지중해성 영향을 받아 상호간 활발한 교역이 이루어지고 유희 문화가 발달되었으며 또한 상업이 발달해 활기가 넘치며 화강석과 대리석이 풍부해 건축 재료로 대부분 석재를 이용한 유적이 그리스와 서로마 건축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또한 대륙간 인접 지역간의 수없이 많은 전쟁과 분쟁 속에서 절대 권력의 위용과 체제 유지를 위한 정통성 확보와 민족성과 종교적 갈등과 분쟁으로 수없이 많은 건축 양식이 창출되었고 인류 역사는 경쟁적으로 발전해 왔으며 지금도 그 연장선상에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글로벌 시대이고 국제화 시대이기 때문에 전 세계가 일일 생활권으로 가깝게 느껴지지만 아직도 국제적 혹은 집단적 이기주의로 뭉치고 흩어지는 반복적인 인류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눈이 많이 오는 북유럽은 어떠한가? 지붕의 적설량을 줄이고 바람을 피하기 위해서 지붕은 거의 뾰족한 형태를 띄고 있다. 나무가 많아서 목조 주택이 대부분이고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방안으로 벽 두께를 두껍게 축조한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러시아에서는 벽 두께가 50cm가 넘는 건축물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은 동ㆍ서양을 막론하고 자연환경에 순응하며 이어져 왔다. 그러다가 중세에 들어서면서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발달되고 콘크리트와 철의 대량 생산으로 대규모 건축물이 왕족이나 귀족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서 형성된 양식이 실용적 복고풍이 만들어 진 것이 르네상스 양식인 것이다.

르네상스는 유럽 통합의 전 초적 징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과 민족성은 다르지만 교류가 활발해지고 철도가 이어져 속도감이 붙으면서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이해하고 싶다.

동양의 건축 문화는 어떠한가? 특히 동북아를 살펴보면 기후조건이 태평양에서 들이닥치는 태풍을 동반한 장마전선과 대륙성 고기압으로 강우량이 많은 도서지방과 내륙산간지방의 건조한 기류를 계절적으로 반복해서 영향을 받고 있는 환경이다.

따라서 한ㆍ중ㆍ일의 건축양식은 기본적으로 목조건축으로 골격을 이루고 고온다습한 도서지방에서는 다다미, 돗자리 등으로 바닥재를 사용하였고 산간북방지방에서는 흙벽으로 외기를 차단했고 온돌방식으로 난방을 해결했으며 중국에서는 실내에 난로를 이용한 직접적인 복사열을 이용해 실내 온도를 조절했다.

건축양식도 지역간 다소 차이는 있지만 주춧돌 외에 목조 기둥을 세워서 보와 도리를 걸고 포작을 해서 서까래를 걸친 다음 흙을 쌓아서 기와를 얹은 방식이다.

   
▲ 자금성 전경
자금성은 999칸이라고 하고 우리의 부잣집은 99칸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동일한 문화권이라 여겨진다.

어떤 학자는 음양의 이치와 8괘의 근원은 한민족의 것이며 중국이 학문적으로 정리한 것을 서양에서 현실성 있는 실용학문으로 발전시켜서 겉으로 보이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우주와 운명은 정체해 있지 않고 늘 변화해 가고 있으므로 IT강국인 한국이 한류문화 콘텐츠를 잘 발굴하고 육성해 세계 속에 한국이 경제대국으로 굳게 설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세계속의 ‘수원’ 합리적인 도시건설 실현해야

   
▲ 수원 화성
수원의 도시계획과 건축문화는 어떠한가? 자연환경조건을 우선 살펴보면 광교산과 칠보산, 수원천, 원천천, 황구지천 등의 지세를 갖고 있다.

그동안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는 수원에는 자랑스러운 세계문화유산의 화성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으며 금년 말에 성역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성곽의 복원과 주변 환경 정비사업이 박차를 더하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수원 주변에는 에버랜드와 민속촌, 평택항 등의 관광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포진하고 있으며 세계적 IT강국으로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와 반도체가 본사를 두고 있는 수원에는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러냈고, 이의동 첨단 산업단지와 레저 관광 벨트 사업은 세계속의 수원이 발돋움 할 수 있는 모든 요건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렇게 풍부한 자연 환경과 산업 자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집단을 적절히 활용하지 못해서 양적인 팽창을 질적으로 뒷받침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우선 난개발과 개발제한은 말부터가 다르다. 난개발 보다는 계획개발이 되어야 하고 개발제한 보다는 선택적 개발제한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다시 말해서 토지 공개념이라는 말들은 많이 하지만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이미 개발된 공원이라 하더라도 최초의 공원개발의 목적과 목표에서 시대적 상황이 바뀌고 수요 환경이 변하면 현실성 있는 환경으로 리노베이션 해서 시민의 편의와 공공성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아직 개발되지 않은 개발제한 구역이나 공원부지는 시민이 원한다면 일정부분 선택적으로 시민 편의 시설을 개발해야 된다고 생각하며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서 행정 편의주의로 상시 묶어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또한 수원은 성곽을 비롯해서 향교, 노송 지대 등에는 500m 이내에서부터 차등 적용해 건축물의 높이 제한을 하고 있는데 가로망의 조건과 지형ㆍ지세의 조건에 따라서 많은 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도시계획의 지역 지구 경계선과 범위도 그렇고 좀더 심사숙고해서 전문가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고 행정편의 주의로 도시가 형성되어지는 안타까운 일이 더 이상 발생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끝으로 세계적인 도시 수원을 만들기 위해서 각계각층에서 헌신적인 노력을 하고 있는 공직자들에게 격려와 경의를 표하며 수원을 사랑하는 104만 시민에게는 긍지와 자부심을 함께 나누고 싶다.

   
▲ 건축가 이윤필씨
글·사진/ 이윤필(건축사)
1979년 수원공고 졸업
1984년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육군 공병 장교 전역
경기도 건축문화상 심사위원 3회 역임
수원시 문화상 3회 수상
현ㆍ(주)내외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현ㆍ수원시 설계 자문위원
현ㆍ수원시 재난관리위원
현ㆍ새수원 로타리클럽 부회장
현ㆍ학사장교 수원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