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비는 다소 현대적일지 몰라도 예전 대장간에서 했던 것처럼 직접 쇠를 달구고 두드려서 만들고 있습니다"
수원시 팔달구 남수동 남문 지동시장 인근 도로변에 위치한 동래철공소.
가게 현관 위에 자리잡은 커다란 간판 옆으로 '동래대장간'이라고 빨간색 페인트로 쓰인 작은 세로간판이 눈길을 끄는 곳이다.
철공소라고 해봤자 한사람 움직이기 딱 맞는 8평 남짓한 공간이지만 시커먼 먼지가 내려앉은 선반 위에는 낫, 칼, 호미, 도끼, 망치 등 50여종이 넘는 수제 농기구가 가득하다.
지난 37년간 대장장이로 일해온 정대봉(56)씨가 쇠를 달구고 망치로 두드려서 직접 만든 농기계들이다.
철공소 안은 예전 대장간에 있었던 장비와 똑같지는 않지만 갈탄을 올려 쇠를 달굴 수 있는 조그만 화덕과 벌겋게 달궈진 쇠를 망치로 두드리는 모루가 한켠을 차지하고 있다.
풀무로 바람을 뿜어내며 불길을 세우던 일을 이제는 전기모터를 이용한 송풍기가 대신하는 것이 예전 대장간과 다를 뿐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을 섞어놓은 '퓨전 대장간'이다.
19살때 대장간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정씨는 이곳 대장간에서 오전 7시30분부터 저녁 6시 30분까지 꼬박 11시간을 혼자 일한다.
겨울 농한기라 호미와 낫같은 농기구 주문이 많지 않아 요즘에는 가정주부들이 많이 찾는 주방용 칼을 하루 평균 10개 가량 만들고 있다.
쇠를 자르고 불로 달궈 다시 망치로 두드리고 직접 나무를 깎아 손잡이를 만드는 일이라 손이 많이 가서 더 만들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지금은 농기구가 기계화되고 최근 중국산 농기계가 들어와 일거리가 많이 줄었지만 '물건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오거나 주문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천원짜리 호미와 칼에서부터 이곳에서 제일 비싼 1만5천원짜리 도끼에 이르기까지 모양과 가격은 백화점에서 파는 것보다 투박하고 싸지만 품질만큼은 최고라고 정씨는 자부하고 있다.
정씨는 "10년전 한참 잘 나갈 때는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농기계 제조업체에 내가 만든 칼과 낫을 몇만개씩 수출했다"며 "내가 마지막 대장장이라고 생각하고 힘닿는데까지 최선을 다해 물건을 만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