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개인사정으로 중단했던 학업을 뒤늦게나마 다시 시작한 할아버지ㆍ할머니와 중년의 아버지ㆍ어머니들이 배움의 한(恨)이 녹아든 눈물어린 졸업장을 받았다.
16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 계명고등학교(교장 이달순) 강당에서 이 학교 성인반(2년제ㆍ고교 학력인정) 학생 82명의 졸업식이 열렸다.
교복을 입은 발랄한 10대 청소년들이 졸업식장을 메우는 여느 고등학교 졸업식과 달리 이날 이 학교 졸업식의 주인공은 대부분 40~60대의 중년들.
가난이나 자식들 뒷바라지 때문에 제때 공부를 못하고, 배움에 대한 한을 풀기 위해 뒤늦게 학업을 다시 시작한 늦깎이 학생들이다.
이날 졸업식장 단상에 한명씩 차례로 올라가 손자와 손녀, 남편과 아내 등 가족들의 뜨거운 박수 속에 졸업장을 받아 든 이들은 지나간 어려운 시절에 대한 회환과 성취감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졸업식이 끝난 뒤 일부 졸업생은 꽃다발을 전해준 가족들과 얼싸안고 또다시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직장인ㆍ주부 등이 대부분인 졸업생들은 지난 2년간 주간반(39명)과 야간반(43명)으로 나눠 배움에 대한 갈증을 모두 풀어내려는 듯 강한 열정을 쏟으며 공부해왔다.
그 결과 졸업생 가운데 30여명이 대학에 합격, 이제부터 고교생이 아닌 대학생으로 학업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세 자녀를 키워놓고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뒤 고혈압 등으로 병원치료를 계속 받으면서도 이날 개근상과 모범상을 받은 최영옥(67)씨는 "뒤늦게 다시 공부를 시작해 이렇게 졸업장까지 받게 돼 뭐라 말할 수 없이 기쁘다"며 "80살이 넘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있는데 아들과 며느리들이 그동안 많이 도와줘 고맙다"고 밝혔다.
이 학교 정회상(47) 교감은 "성인반 학생들은 오늘 오전 졸업식을 가진 3년제 일반 학급 10대 졸업생(146명)과 달리 수업시간에 엄청난 집중력을 보이면서도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며 "졸업 후에도 학창시절과 같은 뜨거운 열정으로 최선을 다하는 제자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75년 안양시 평촌동에서 평촌재건학교로 문을 열었다가 1996년 수원으로 학교를 옮긴 뒤 지난해 27회 졸업식까지 모두 5천64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계명고는 지난해부터 이수성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허재, 조용필 등 유명인 200여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으며, 올 1학기부터는 이들을 초청, 매일 방과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험담 등을 들려주는 특강을 하도록 할 예정이다.
학교측은 "대부분 가정 형편이 어려운 이 학교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이같은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며 "자문위원들도 이런 취지에 공감, 위원 위촉과 특강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다"고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유명인사들의 경험담이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