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함과 부드러움. 따스함과 차가움. 양극의 모습을 넘나들며 우리를 낳아주고 키워주고…. 여자보다 강한 사람, 바로 어머니다.
지난 1978년 문정순(52)씨는 팔달구 매산로 교동사거리 일대에서 난생처음 구두를 닦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까지만 해야지라고 생각했지. 그랬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8년째 이 일을 하고 있네. 허허….”
우여곡절도 많았다. 관청이나 사무실에 다짜고짜 찾아들어가 구두를 달라고 하며 승강이를 벌인 것이 한두번이 아니다.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험한 남정네들과 싸움을 벌인 기억도 있다.
“쉽지 않았지. 구두를 받아오고 손님이 찾아오는 순간마다 닦고 또 닦았어.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를 그렇게 지내다 보니 지금은 몸이 익숙해진 거야.”
오랜 세월동안 하루에 적게는 20켤레에서 많게는 60켤레까지 수선일만 해오다보니 구두 창만봐도 어디에 누구 구두인지 안다. 구두의 주인을 생각하며 일에 열중하다 보면 어느새 새 것인 마냥 윤이난다.
“구두를 보면 구두 주인의 모습이 짐작이 돼. 사람들의 성격이나 됨됨이 인상까지 갖가지 모습들을 알 수 있지. 한 가지만 말하자면 구두관리를 잘하는 사람들 중엔 어디하나 못된 사람이 없어. 자신의 일에도 열심이고 그런 사람이 성공하는 것을 많이 봐왔지.”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사이 계속 손님들이 찾아든다. 문 씨가 생각나서 가던 길을 돌아서 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넋두리하러 온 사람, 길 찾는 사람 등등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한 주에 2∼3번 문 씨를 찾았다던 어느 중년의 남성은 구두를 내밀며 “얼마 후 전근을 가게 돼 자주 찾지 못할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스스럼없이 지난 일들을 되새기며 속내를 털어놓는 손님들의 모습은 오랜 친구 못지 않았다.
“이젠 어딜 못가. 구청이 떠나고 기업이 떠나도 사람들의 마음은 안 떠나. 내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언제든 다시 찾아올 것 아니겠어. 매일 이 자리에서 손님을 마음에 두고 기다리고 있으니까….”
지금도 손등에 구두약을 묻혀가며 수선을 하고 있을 문 씨. 그의 손길이 닿으면 마음까지 깨끗하게 닦일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