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파스로 풀어내는 어르신의 ‘동심’

[이색 주민자치센터를 찾아서] 세류2동 치매예방교실

주민자치센터는 단순히 프로그램운영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어려운 이웃돕기와 이웃간의 대화나누기, 지역의 각종 대소사 의논 등 도심속의 여유와 나눔의 장소로 주민이 함께 지역공동체를 가꾸어 가는 공간이다. 이런 주민자치센터는 정부의 동기능 전환 확대시행 계획에 따라 각 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의 문화, 복지, 정보, 취미 등 여가활동을 위해 설치ㆍ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본지는 수원 각 주민자치센터 중 이색적이고 지역적인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 ‘이색, 주민자치를 찾아서’를 보도한다. /편집자주

▲ 세류2동 치매예방교실은 어르신들에게 젊음의 기억을 되찾아준다.
수원시 권선구 세류2동 주민자치센터에는 어르신들만을 위한 특별한 시간이 있다.

이곳 주민자치센터에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백발의 할머니들이 찾아든다.

이곳을 찾는 할머니들은 평균 나이가 70세 이상으로 보통 사람이면 ‘거동이 불편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지만 어르신들을 만나보면 생각이 바뀐다.

어르신들 모두가 젊어보이는 것은 물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뚜렷하게 표현하기 때문이다.

어르신들에게 젊은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자 모두 “‘치매예방 교실’ 프로그램이 젊음의 기억을 되찾아 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세류2동의 치매예방 교실은 지난 2004년 11월부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 시작한 이 프로그램의 비결은 유치원 아이들만의 전유물이라 생각하는 크레파스와 도화지를 손에 쥐게 하는 것, 단 한가지다.

여든이 되어가는 어르신들이 크레파스를 들고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 이상할지 몰라도 이곳의 어르신들은 한결같이 해맑은 웃음을 지으며 그림 그리기에 열중한다.

▲ 사진 왼쪽부터 조희령, 신현옥 강사
서양화가이자 치매미술치료 협회장이기도 한 신현옥 선생이 주제를 던지면 어린시절 기억들을 더듬어 그리운 사람, 고향 모습 등을 알록달록 크레파스 빛으로 그려낸다.

지난 4일 찾았던 치매예방 교실에선 ‘색동 저고리’를 주제로 어르신들이 회상하는 갖가지 모습들이 도화지 위에 담아졌다.

한국전쟁 당시 14세의 나이에 중국으로 도피한 후 61년만인 지난해 고국으로 돌아와 수원에 거주하고 있는 이봉순(77) 할머니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색동 저고리를 입고 즐거워 하던 모습을 도화지 위에 남겼다.

서일순(73) 할머니는 설날에만 입을 수 있었던 색동 저고리가 더러워져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서성이는 모습을 회상했으며, 김강희(76) 할머니는 꽃 같던 시절 남자친구를 만나며 수줍어했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자신의 그림을 수줍어 하면서도 즐거워하며 소개한 할머니들은 “노년이지만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행복하고 즐겁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