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일 늦은 오후 4~5시경. 어린아이서부터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엄마, 아빠 가끔은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빼곡한 책장들 사이에 놓인 간이 의자마다 책 한권을 손에 든 사람들이 어김없이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다.
카운터와 책장에 책을 꽂아 넣느라 바쁜 두세 명의 직원들은 각자 자기 일에 바쁠 뿐이다. 그러니 책을 읽는 사람들은 거의 집 안방에 앉아 책을 읽듯 편안하고 여유롭다.
1991년 임광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기 직전부터 문을 열어 임광아파트의 터줏대감이기도 한 임광문고.
상가 1층에서 20평 남짓한 규모로 인근 학생들을 위한 학습지위주의 그럭저럭 장사 잘 되던 임광문고가 작년 7월, 임광문고 15년의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었다.
같은 건물 지하 1층 500평이라는 넓은 공간에 책을 무려 20만권이나 갖춘 대형 서점으로 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부담없이 책을 읽고, 필요한 책을 구해주고, 가족들이 책을 나눠 보며 대화할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주는 것”이 임광문고의 목표라는 조승기(45) 대표.
이를 뒷받침 하듯 입구부터 그럴듯한 찻집 못지않은 테이블과 의자, 그 옆으론 아이들을 위한 미니 놀이터와 곳곳에 자리 잡은 긴 의자들. 게다가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강의실과 10명, 5~6명 등 소규모 인원이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마련 해 두었다.
“학생들을 비롯해 지역 주민들에게 가벼운 모임 장소를 제공하는 넉넉한 문화 사랑방이 되고 싶다”며 말을 이어가는 조 대표의 훈훈한 미소가 책 향기와 함께 500평 공간을 가득 메운다.
하루 1천권이 넘는 책이 꼬박꼬박 서고를 매우는 입소문으로 더 유명한 이곳은 신간도서는 포인트 적립을 통해 현금으로 쓸 수 있게 배려하고, 1년 이상 된 도서는 20%, 또는 그 이상도 할인 해 준다.

그 때문이었을까? 보통 보기 좋게 진열된 책들로 어떻게 하면 책을 구입하기 좋게 배치할까를 고민하는 여느 책방과는 달리 널찍하니 시원스레 배치된 통로와 책들로 서점에 들어서면 가슴부터 후련해진다.
6개월여의 공사를 마치고 2005년 7월 문을 열기까지 사연도 적지 않다.
애초부터 서점으로 떼돈을 벌겠다는 욕심도 책 팔기에 급급한 생각도 없었던 조씨가 임광문고의 미래를 고민할 때 그의 고민을 신뢰하고 존중해준 아내 이명희(42)씨.
이씨는 자산관리전문가다. 지금쯤 지점장이 됐을지도 모를 이씨는 국민은행 근무만도 23년째, 그것도 잘나가는 분당지역에서 팀장을 맡고 있었다. 부동산, 주식, 채권 등 사실상 돈 굴리기의 달인인 이씨에게 서점사업은 보통의 아내라면 일언지하에 거절해도 시원찮을 법 한데….
남편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또 나누다 결국 직장까지 그만두고 그 퇴직금을 보태 오늘의 이 책사랑 사람사랑 가득한 임광문고를 탄생시켰다.
“주말이면 온가족이 손을 잡고 놀러와 책을 뒤적이며 담소를 나눌 때, 할머니 할아버지 손을 잡고 책 구경 나온 어린이들을 볼 때 우리 부부가 참 멋진 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한다는 이씨를 보면서 흐믓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조 대표에게 한마디.
“사장님, 부인 정말 자알~만나셨습니다!”하니 한바탕 웃음꽃이 쏟아진다.
사실 성격이 뒤바뀐 듯 더 시원스럽고 활달한 부인과 싫은 소리 못하고 인상 좋게 웃기만 하는 조 대표의 그 서로 다른 성격에 안 맞을 듯 척척 맞는 부부애는 바라보는 이의 가슴까지 즐겁게 했다.
시작부터 나눔을 고민할 줄 아는, 욕심 없이 벌어 그것을 두루 나누는 게 ‘인생의 행복이고 진정한 멋’임을 아는 그들. 이들 부부가 만들어갈 책 향기 사람향기 가득한 이곳 임광문고 엔 책과 사람과 인생의 참 맛까지 빼곡하다.
문의 235-4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