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자기 하면서도 멋스럽게 꾸며진 권선동 권선초등학교 후문 맞은편에 위치한 ‘자연공방’에 들어서니 여기저기 꽃 그림과 말려놓은 꽃들, 그리고 꽃향기에 알록달록한 색채들이 봄 햇살을 받아 기분 좋게 반짝인다.
공방 한쪽에서 작업이 한창이던 들꽃작가 이원희씨의 살가운 미소에도 꽃향기가 한가득 묻어난다.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했지만 곧 바로 결혼하고 큰 애를 낳아 기르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래도 첫째까지는 몰랐다. 둘째를 낳고 나니 말로만 듣던 ‘주부 우울증’이 고개를 들더니 뇌졸중으로 입원까지 했다. 그때 병실을 찾은 친구가 문득 건네준 한권의 책이 그녀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병상을 털고 일어나 ‘강한 여자는 수채화처럼 산다’의 무대였던 진부령 알프스산장으로 달려갔다. 구석구석 책에 묘사된 장소들을 돌며 책의 저자인 이정순 부부가 온몸으로 만들어낸 그곳의 숨결과 아픔과 인내를 가슴에 새기며, 인간 이원희로의 삶을 고민했다.
그는 집에 돌아와 몇날 며칠 그림만 그렸다. 창 너머로 검푸르게 밝아오는 아침을 맞기도 수차례. 조금씩 붓이 손에 익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시작한 수채화가 벌써 13년이 되었다.
13년 전 4월, 봄기운 가득한 그곳 진부령 알프스산장에 지천으로 피어있던 들꽃을 잊을 수가 없어 그리기 시작한 들꽃의 인연도 그렇게 시작되었다.
가장 좋아하는 들꽃을 꼽으라니 ‘민들레’라 말하는 이 작가. “푸른 잎에 꽃대가 쑥 올라오면 아기 같고, 꽃대위에 꼭 다문 봉오리는 처녀 같고, 하얀 홀씨가 되면 할머니와 같다”며 “여기 저기 아무데나 잘 피고, 밝고 지나가도 꿋꿋하게 피워 오르는 게 억척스러우면서도 강인하고 희망을 잃지 않는 어여쁜 우리들 삶과 너무 닮지 않았나요?”라고 되묻는다.
들꽃을 그리러 산으로 들로 수원의 산이란 산은 모두 다녔다. 이젠 제법 들꽃의 학명과 쓰임새를 꾀고 있어 들꽃전문가가 다 됐다는데, 생각보다 우리나라 토종 들꽃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바빠졌다.
내년 5월에는 본지에 연재한 들꽃그림과 좀 더 자유롭고 다양한 표현으로 만나는 들꽃 그림들을 모아 책으로 엮을 계획이다. 그리고 좀 더 부지런히 들꽃을 찾고 그려서 사라져가는 우리 고유의 들꽃을 모아 우리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도록 내친김에 ‘들꽃 식물도감’도 언젠가는 만들 생각이다.
나이가 들고 삶을 알아갈수록 인위적인 것 보다는 들꽃과 같은 자연물 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하는 이 작가는 어느새 자연주의 작가로 자리매김 했다. 갸름한 얼굴에 화장기하나 없는 얼굴이 들꽃과 너무나 닮은 ‘들꽃 작가’ 이원희. 이야기를 나눌수록 연약해 보이는 미소 깊숙이 내뿜는 단단하고 견고한 인내가 삶을 이해하는 노란 민들레꽃으로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