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와 시내도로에서 사고차량을 끌어가는 견인차(래커차)가 난폭운전을 일삼으며 운전자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견인차의 불법행위를 단속할 경찰은 '견인차 단속이 쉽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적극적 단속을 하지 않고 있으며 고속도로를 관리하는 한국도로공사도 견인차 문제의 근본 대책을 아직 마련하지 않고 있다.
◇사고 부르는 견인차
지난 7일 오전 11시께 아내와 딸(7살ㆍ5살)을 승용차에 태우고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오산-기흥 구간을 달리던 김모(38ㆍ회사원ㆍ수원 거주) 씨는 갓길에 서 있던 견인차 때문에 하마터면 대형 사고를 당할 뻔했다.
4차로를 시속 90㎞ 속도로 달리던 김씨는 갓길에 서 있던 7대 가량의 견인차 중 세 번째 견인차가 갑자기 4차로로 들어온 뒤 20여m를 달려 다시 갓길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아무런 신호도 없이 차로로 끼여든 견인차를 피하느라 급브레이크를 잡으며 옆 차로로 간신히 피해 나간 김씨는 놀란 가슴을 한참이나 쓸어내려야 했다.
김씨 가족처럼 운 좋게 사고를 면한 경우도 있지만 견인차의 난폭운전 등으로 비롯된 사고로 일반 운전자가 다치거나 숨지는 일이 고속도로와 국도, 시내도로에서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02년 9월 7일 밤 11시35분께 수원시 팔달구 망포동 편도 5차로 지방도에서 사고차량을 놓고 경쟁을 벌이던 견인차 한 대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반대편 4차로에서 달리던 스펙트라 승용차를 정면 충돌해 승용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이 숨졌다.
앞서 같은 해 5월 26일 오후 3시 충남 당진군 송악면 서해안고속도로 송악나들목 인근에서 관광버스가 앞서가던 견인차가 급제동하는 바람에 견인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 관광버스 승객 27명이 다쳤다.
◇견인차 난폭운전
견인차 때문에 일반 운전자들이 입는 피해 중 대표적인 것이 난폭운전.
시내에서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곳에는 으레 견인차 서너 대가 차로 하나를 차지하거나 인도에 불법주차해 있다가 교통신호나 차량 흐름을 무시한 채 차선을 넘나들며 무서운 속도로 사고현장으로 질주한다.
견인차들이 늘어나 영업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다른 경쟁업체보다 빨리 사고현장에 도착해 사고차량을 견인해야 하는 견인차들은 무리한 끼여들기, 중앙선 침범, 신호위반 등 아찔한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
사고발생 도로는 순식간에 서너 대 이상의 견인차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주변 교통이 마비되는 일이 심심치않게 벌어지고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로 사고 다발구간의 갓길에는 어김없이 견인차들이 10여 대씩 줄지어 불법주차해 있고 일부 견인차는 사고현장에 빨리 가기 위해 갓길에서 수백m씩 후진까지 하고 있다.
견인차는 도로교통법에 정해진 소방차와 구급차 등과 같은 긴급자동차가 아니기 때문에 교통법규를 무시하며 도로를 달릴 특권이 없는데도 전국의 모든 도로에서 무법자로 군림해 오고 있다.
◇단속과 대책
경찰은 일 년에 몇 차례씩 견인차의 위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고속도로를 제외한 시내 도로에서의 단속은 사실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고 단속실적도 보잘 것 없다.
경기지방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제1지구대에 따르면 지난해 관할 고속도로에서 갓길 주.정차 위반과 후진위반(역주행)으로 견인차가 단속된 건수는 총 129건이며 올해는 4월말 현재 19건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수도권 고속도로에서 영업 중인 견인차가 도공으로부터 구난차량으로 지정된 89대와 비지정 차량을 포함해 수백 대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단속실적은 턱없이 적은 수치다.
경찰은 견인차들이 경찰차를 보면 반대방향 고속도로로 달아나거나 아예 국도로 빠졌다가 다시 고속도로로 올라와 위법행위를 계속하는 등 '숨바꼭질'을 하고 있어 단속에 어려움이 많다는 입장이다.
또 갓길 주ㆍ정차와 후진위반시 벌점없이 5만원의 범칙금만 부여되는 현행 처벌규정이 너무 약해 '단속할테면 해봐라'는 식으로 단속직후에도 버젓이 위법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견인차가 사고발생시 신속하게 사고현장을 정리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교통법규를 위반해 사고를 유발하기도 한다"며 "견인차의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좀더 강력한 단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도로공사측도 "필요이상으로 많은 견인차들이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사고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이에 대한 대책은 사실 없었다"며 "주차공간과 영업구간지정 등 외국의 사례를 연구해 종합 대책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