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면은 이미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사용했을 정도로 그 역사가 깊고 길다. 영화 ‘마스크’에서 신비한 가면을 쓰고 초능력을 발휘하는 소심한 은행원이나 왕을 갖고 놀기 위해 탈을 뒤집어쓴 광대뿐만 아니라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도 저마다 한 개 이상의 ‘가면’을 갖고 있을 것이다. 사람의 인격과 성격 등을 가리키는 ‘페르소나(Persona)’란 말도 원래 가면이란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상황에 따라 ‘가면’으로 자신의 본심을 덮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

주인공 여우는 평소엔 잔뜩 찡그린 표정이지만 웃는 얼굴, 우는 얼굴 등 때에 따라 다섯 가지 얼굴 가면을 바꿔 사용한다.
사자처럼 힘센 동물에겐 알랑대는 얼굴, 토끼처럼 약한 동물과 만날 땐 양순한 얼굴, 암사슴들에겐 의젓한 얼굴 가면을 쓰면서 많은 동물들에게 환심을 산다.
상황에 따라 민첩하게 가면을 바꿔 사용하면서 동물마을에서 가장 좋은 친구로 통하게 된 모든 동물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가는 곳마다 그의 악수를 받지 않은 동물이 없을 정도가 된다.
그러나 이렇게 인기만점인 여우 역시 빈틈은 있는 법. 사자가 마련한 잔치에서 여우는 커다란 사고를 치게 된다.
1974년 소년중앙 문학상 동화부문에 당선된 이후 40여 권의 동화를 지은 윤수천씨는 여우의 가면 이야기를 빌어 좋은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자신이 좋은 친구가 돼야 한다고 어린이들에게 전한다.
겉과 속이 다른 모습을 감춘 채 좋은 사람인 척 하는 친구보다는 서슴없이 바른 말로 충고해줄 수 있고 겉과 속이 한결같은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그는 여우의 이야기를 통해 말하고자 한다.
어린이를 위해 교훈적인 내용을 담은 동화지만 우리 어른에게 시사하는 바도 크다.
상황에 따라 가면을 바꿔가며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기 위해 동물들마다 악수를 청하는 여우의 모습은 과거 선거철만 되면 경쟁적으로 유권자를 향해 허리를 숙이는 후보자의 모습과 겹쳐진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수많은 후보자들이 무수한 공약과 겸손한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어린이에게 좋은 친구가 필요하다고 말하듯 유권자에게 절실한 것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진실한 마음을 지닌 후보자라고 어른들에게 일침을 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