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졌으면…”

수원남부경찰서 박병두씨, 현직 경험 담은 장편소설 ‘그림자 밟기’ 출간

‘날선 칼날의 위에서 살아가는 영혼을 치유할 수 있다면…’

한 현직 경찰관이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토대로 집필한 소설이 출간됐다.

수원 남부경찰서 민원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병두씨(42·사진)가 3년의 산고(産苦)를 거쳐 출간한 신작소설 ‘그림자 밟기’(이른아침, 336쪽)는 최근 갖가지 형태로 우리 사회에 파문을 던진 성폭력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혹 독자들이 각종 사건사고와 범죄를 일상처럼 접하는 경찰관이 집필했다는 화제성과 피해자의 영혼까지 파괴할 수 있는 성폭력을 소재로 했다는 이유로 소재 선정주의를 떠올린다면 오독(誤讀)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박씨는 이러한 가능성에 대해 ‘경찰’은 숨기고 오로지 ‘작품성’으로 승부하고 ‘작가’로 인정받길 원한다.

그도 그럴 것이 1983년 방송드라마 작가로 출발한 박씨는 다수의 시집을 비롯해 소설과 에세이집을 출간했으며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중견작가이다.

소설 ‘그림자 밟기’는 성폭력 피해자의 사건을 수사하는 주인공이 오히려 비리경찰로 몰리는 등 선의의 인물들은 오히려 2중,3중의 고통을 당한다.

그러나 그의 소설은 성폭력이라는 어두운 소재를 사용했지만 범죄자로까지 몰린 경찰관의 내면을 포착해 세상의 이면을 드러내는 동시에 역설적으로 삶에 대한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그는 이 소설에 대해 “가난과 폭력 속에서 소외된 인생의 가슴아픈 사연들이 소설을 쓰도록 자신을 채찍질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박씨가 경찰관으로서의 바쁜 일상 중에도 글쓰기에 몰두하는 이유는 문학을 통해 세상에 대한 밝고 긍정적인 시각을 갈구하는 동시에 메마른 시대를 사는 우리가 따뜻하고 고귀한 삶을 사는데 돕고자하는 소명의식에서 비롯됐다.

경찰관으로서의 임무와 버림받은 이들을 돕는 것, 시와 소설을 쓰는 것 모두가 다른 일이 아니라고 믿는 작가는 고통이 ‘진행형’일수록 삶의 경이와 사랑의 아름다움은 더욱 소중해진다고 역설한다.

또, 이 소설이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엽기적인 그녀’, ‘클래식’으로 잘 알려진 곽재용 감독이 영화화를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극단 ‘성(城)’에서도 연극 공연을 위해 현재 맹연습 중에 있다.

사건 현장으로 출동하며 시를 구상했던 작가 박병두는 ‘그림자 밟기’를 통해 우리에게 긍정적인 세계관과 인생론은 물론 ‘어두움’이 빛의 밝음을 있게 했음을 전하려 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