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사로운 볕이 내리쬐던 5월의 어느 날, 권선구 서둔동에서 ‘예인도예’를 운영하고 있는 도예가 이양태 선생은 도예에 대해 이처럼 말했다.
흙을 반죽하고, 모양을 만들고, 문양을 넣고, 뜨거운 불길을 지나 하나의 도자로 탄생하기까지. 그는 도자를 빚는 과정 하나하나에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과 흡사한 부분이 많다고 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겪는 희로애락이 흙을 반죽하며 묻히고, 모양을 빚으며 잊혀지고 건조돼 굳어지고 마침내 불길 속에서 산화해 사라지게 되는 것이죠”
도예에서 비롯된 그만의 인생철학이 담겨서 일까, 독특한 모양의 찻잔들과 주전자, 화병 등 그의 손길을 타고 나온 생활도자기들은 지금 우리 생활 속에서 흔히 보이는 대량생산된 도자기 그릇들과는 사뭇 다르다.
그의 공방에 가지런히 나열된 작품 하나하나가 서로 다른 빛과 말을 하는 듯 했다.
그가 수원에서 도예에 길을 걷기 시작한지 25년여가 흘렀다. 주부로 생활하다 도자기공예가 좋아 1980년대 초부터 도자기를 빚어왔던 그는 1999년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도자기학과 최고기술자 과정을 수료해 본격적인 도예의 길을 걸어왔다.
스스로 마음에 바람이 있고 사람을 좋아하고 마음의 흔들림이 있다는 그는 도예를 하면서 두 가지 깨달음을 배웠다.
하나의 도자를 빚기 위해 6개월이란 시간을 투자하지만 이마저도 눈앞에서 깨부수기 일쑤로 이 과정에서 아픔을 배운게 하나요, 그 기다림 속에서 불길로 산화돼 매끄럽고 부드러운 선과 빛을 내며 완성된 도자를 구워내는 과정에서 인내를 배운게 또 하나다.

“요즘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서 천편일률적인 모습보다는 참신하고 이색적인 모습을 즐겨찾고 있잖아요. 편리하고 세련된 것보다는 투박하지만 정감있고 내 손길이 배어있는 ‘나만의 것’이 더 값어치가 있는 일이 아니겠어요”
생활 속에서 도예를 배우고 만든다는 그의 생각만큼이나 그가 만든 찻잔이며, 그릇은 모두 실생활에서 사용하기도 할 뿐더러 주부들에게서 인기가 많기도 하다.
1년 전부터 이양태 선생에게 도예를 배우고 있다는 김영미 씨는 “선생님의 작품을 보면 일반 그릇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풍긴다”며 “선생님에게서 도예기술은 물론 주부로서 여자로서의 인생철학까지 배워 더욱 좋다”고 말했다.
이 선생의 학교 후배이자 도자기 공예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인영민 씨는 “감각과 디자인ㆍ시각적으로 선생님은 현대적이고 우리의 생활과도 접목돼 있다”며 “선생님 보다 공부를 더 많이 했지만 선생님에게 배울 것이 많다”고 전했다.
이 선생은 “생활 속에서 그릇을 만지고 닦고 사용하는 것은 주로 여성”이라며 “도자기술, 생활자기의 주인은 바로 여성”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