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는 내 운명?’, 가나다 순으로 울고, 웃고

한나라당 후보, 대부분 기호 순서대로 득표 ‘희비 교차’

제 4회 531 동시지방선거에서 수원시 기초의원 선거도 한나라당의 우세로 막을 내렸지만 선거제도상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정당공천제와 중선거구제로 실시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기초의원 후보 중 빠른 기호를 부여받은 후보의 당선 비율은 높은 반면, 기호가 뒤로 밀릴수록 당선자 비율은 극히 저조해 기호 순서에 따라 당락의 희비가 엇갈렸다.

2002년 3회 지방선거에서의 소선거구제(동별로 의원 선출)와 달리 이번 지방선거는 중선거구제로 변경돼 선거구별로 최소 3명에서 10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기호 부여 방식은 특정 정당이 2명 이상 후보자를 추천한 경우, 후보자 성명의 가나다순에 따라 ‘○-가, ○-나, ○-다’로 표시됐다.

한나라당의 경우 각 선거구별로 의원정수만큼 복수 후보자를 모두 추천한데다, 열린우리당을 외면하고 있는 민심과 급상승하던 당 지지율에 대한 기대로 압승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수원시 기초의원 개표 결과, 당별 당선자는 한나라당 23명, 열린우리당 9명으로 한나라당의 당선자가 당초 예상보다 적게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비례대표의 경우 한나라당 2명, 열린우리당 1명, 민주노동당 1명)

특히 한나라당 후보 중 ‘-나’와 ‘-다’ 등 가장 나중의 기호순위에 있는 후보자 가운데 7명이 낙선했으며, 이중 7대 시의원은 4명이 포함됐다.

득표율에서도 14개 선거구 중 바와 사 선거구를 제외한 12개 선거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기호 순서로 득표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유권자들의 시의원에 대한 인식이나 인지도가 낮은데다 인물보다는 정당을 선택 우선순위에 놓는 경향이 우세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앙선관위가 지난 달 8일부터 9일까지 전국의 19세 이상 남녀유권자 1천500명을 상대로 ‘5.31 지방선거 후보 선택 기준’에 대한 조사 결과, ‘인물,능력’을 보겠다는 응답자는 36.1%로 2002년 당시 59.7%보다 크게 감소했다.

반면, ‘소속정당’을 우선 순위에 두겠다는 응답자는 2002년 8.0%보다 상승한 16.4%로 나타났다.

한 유권자는 “솔직히 그동안 우리 지역의 시의원이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면서 “인물보다는 공천받은 소속 정당이 어디인지를 보고 투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오히려 이같은 투표 성향으로 인해 반사 이익을 본 것은 열린우리당 후보들로 총 9명의 지역구 당선자 가운데 3명을 선출하는 4개 지역구(바,차,카,하 선거구) 모두에서 당선자를 배출했다.

특히 지지율 하락으로 2명의 후보가 뛰어든 하 선거구를 제외한 나머지 선거구에 단수 후보를 내세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의 후보에 대한 투표가 분산된 효과를 톡톡히 봤다.

또, 열린우리당 공천으로 선거에 출마한 4명의 7대 현역 시의원 모두 당선되는 결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처럼 정당공천제에 따른 정당 중심의 투표성향과 중선거구제 실시로 이름의 가나다 순에 따른 기호부여 방식, 한나라당의 지나친 자신감에 비롯된 후보자 중복에 따른 득표 분산 효과가 당락 결과를 좌우하는 변수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