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수원의 자랑이자 세계의 문화유산이었던 화성(華城ㆍ사적 제3호) 서장대가 취객에 의해 전소됐다. 어느 시민들이고 안타까워하지 않았으랴마는 이런 안타까움 속에서도 차마 전소된 서장대를 볼 수 없었다던 이가 바로 양재섭(51) 권선2동장이다.

양 동장은 땅 속에 묻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파장동 미륵당 석불입상(石佛立像)과 수풀 속에서 잠들어있던 광교산 형제봉에 있는 김준룡 장군 기념비 등을 직접 파헤치고 다듬으면서 수원의 문화재를 소중히 가꿔왔다.
이후 권선구청에서 근무하다 1995년 당시 공직에서는 물론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밖이었던 문화재를 관리하는 화성사업소(당시 성곽사무소)로 발령돼 처음에는 좌천이라 느꼈다던 양 동장. 호탕한 성격탓인지 이내 피해의식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담당업무인 문화재관리에 집중하면서 화성에 대한 애착심을 키워갔다.
“솔직히 화성사업소로 발령되고 나서 처음에는 ‘좌천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에 빠져 있기보다는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죠. 그런 마음을 가지고 내 업무인 문화재, 화성의 관리를 시작하다보니 어느샌가 돌이 조금 깨져있거나 균열이 나 있으면 즉각 처리하지 않고는 못 배겼죠”
양 동장은 또 화성과 관련된 사진과 글, 문서 등 자료를 수집하면서 지난 1997년 ‘화성을 찾아서’를 출간, 지난해까지 문화재청의 모니터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그의 애착심은 곧 화성지킴이, 화성사랑으로 이어졌다.
팔달문 지붕 기와에 와생초가 자랐던 것을 누가 알았으며, 높은 곳을 오를때면 허리에 끈을 매고 땀방울을 흘리며 보수했던 그 시절을 누가 알까 만은, 이처럼 작은 부분부터 조금씩 다듬고 보듬어나갔던 양 동장의 화성사랑 정신은 다시금 주민들을 위한 나눔의 정신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올 2월부터 5월까지 이어졌던 주민자치프로그램 ‘화성연구’가 그것. 양 동장이 직접 강사로 나서 주민들에게 그가 쌓아온 화성의 소중함과 지식을 전달하면서 지금은 수원의 소중한 문화유산 화성알림이가 됐다.
“요즘 아이들에게 화성에 대해 물으면 ‘잘 모른다’는 말을 듣곤했죠. 그래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어른들이 나서서 조상의 혼이 깃든 문화재와 역사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해요. ‘문화를 알면 역사를 알고, 역사를 알면 미래를 안다’는 말이 있듯이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모르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잖아요”
화성연구반 첫번째 교실을 마치고 모처럼만의 긴 휴가를 지내면서 다른 지역의 문화재를 찾아다니며 두번째 교실을 준비하고 있다는 양 동장. 그의 화성사랑 정신이 수원 사람들에게는 물론 우리나라 온 국민에게 전달되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