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업체-시공사-재건축조합장 비리사슬

2002년~2005년까지 현대건설 간부 29명에 6억여원 떡값 제공, 비자금조성 50억원 달해

국내 굴지의 건설업체 간부들이 하도급업체로부터 거액의 떡값을 상납받고, 건설업체 간부는 이 돈의 일부를 재건축아파트 조합장에게 건넨 건설업계의 전형적인 '비리사슬'이 적발됐다.

3일 경찰이 배임수재 등 혐의로 구속한 현대건설 간부 정모(52ㆍ상무)씨는 수원매탄주공1단지 재건축아파트를 시공하며 하도급 대가로 천성 C&C사㈜ 대표 최모(52)씨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

정씨는 천성 C&C와 토목공사 수의계약을 체결하며 전체 공사비용 95억원 가운데 상납받을 10억원을 미리 포함시키는 수법을 사용했다.

정씨는 10억원 가운데 1억원을 개인적으로 챙기고, 나머지 9억원은 재건축아파트 조합장 방모(51)씨에게 넘겼다.

하도급업체-시공사-재건축아파트조합장으로 이어지는 '먹이사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례다.

경찰조사결과 상납자금 조성을 위해 천성 C&C 최씨는 사망자나 허무인(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을 노임장부에 포함시켜 노무비를 부풀리고, 재하도급업체에게 강제로 어음할인하는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씨는 매탄주공1단지재건축아파트 외에 현대건설이 시공한 전국의 아파트현장 공사를 따내기 위해 2002년부터 2005년까지 모두 29명의 현대건설 간부들에게 6억여원을 떡값으로 제공했으며, 비자금조성 총액은 50억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 간부들은 모두 우수협력업체를 평가하는 현장소장과 관리팀장 등이 었으며,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되면 수의계약 등을 통해 공사수주가 용이하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하도급업체를 쥐락펴락한 시공사 현대건설은 그러나 시행사 대표격인 아파트조합장에게는 오히려 고양이 앞의 쥐였다.

현대건설 정씨는 현금 3억원을 담은 여행용가방을 불법 정치자금을 건네듯 재건축아파트 조합장 방씨의 승용차 트렁크에 넣어 3차례에 걸쳐 건넸다.

재건축아파트 공사비를 당초 계약보다 750억원 증액한 대가였다.

경찰 관계자는 "현대건설 간부들이 천성 C&C로부터 떡값을 상납받은 시기에 회사는 법정관리중이었다"며 "회사의 회생에는 관심이 없고 일단 '나부터 챙기고보자'는 도덕적 해이가 만연된 것으로 확인돼 수사과정에서도 씁쓸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건축아파트 조합장 방씨의 경우 현대건설측으로부터 받은 돈으로 처남 명의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등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해 개인적으로 축재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