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여 년 전 수원화성을 축조한 정조대왕의 큰 뜻을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며 살고 싶습니다"
수원시에서 설계 및 감리회사를 운영하고 포항과 울릉도 간 페리를 운행하는 해운관광사 회장인 유근종(56)씨는 정조대왕에 의해 인생이 완전히 바뀐 사업가다.
유씨의 이력서에는 한국어린이재단 회원, 꽃동네 회원, 사단법인 자연보호중앙협의회 학술회원, 서울예술단 홍보대사, 중국 할빈공대 안중근장학회 설립이사, 수원시 문화홍보대사(자칭) 등 다양한 사회활동 경력이 붙어 있다.
10년 전만 해도 육군 중령으로 예편한 뒤 서울에 살며 설계 및 감리회사를 운영하던 평범한 사업가였던 유씨가 이처럼 왕성한 사회활동가로 변모한 것은 조선조 제22대 정조대왕과의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유씨는 지난 1996년 수원시가 '화성축성 200주년 기념'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회 정조대왕 역 선발대회'에 참가했다 400대 1의 경쟁을 뚫고 선발된 뒤 1년간 정조대왕으로 활동하면서 정조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이듬해인 1997년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때 홍보대사로 활약한 유씨는 각종 행사에 정조대왕으로 참여하면서 정조의 인본주의, 효, 개혁사상 등을 알게 됐다.
그래서 아예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수원화성을 짓고 아버지의 묘를 옮겨 온 수원에서 살기로 마음먹고 사업체와 집을 정리해 지난 2000년 수원으로 이사했다.
이후 정조대왕이 했던 모든 것을 따라하기 시작한 유씨는 국궁을 열심히 배우다 수원시궁도협회장도 했고 승마장에 나가 말 타는 법도 배웠으며 한국미술협회를 찾아가 정조대왕이 잘 그렸다는 파초그림도 배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고아와 과부를 돌보고 환란 중에도 어려운 백성을 보살피며 화성을 쌓는 고된 일을 하는 부역자를 먼저 생각하고 부모에게 효도하는 정조대왕의 사람됨을 본받으려 노력했다.
정조대왕의 마음으로 산 덕분인지 수원에 내려온 뒤 유씨의 감리ㆍ설계회사가 번성하기 시작하면서 유씨는 사회에 조금씩 환원하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함께 수원시 영화동의 감천장 양로원에 새해 첫날 찾아가 세뱃돈으로 쓸 수 있도록 100만원을 기증하는 일은 10년째 하는 즐거운 일이 됐고, 3년 전부터는 수원시내에 사는 어려운 환경의 초등학생 25명에게 1인당 20만원씩을 지원하고 있다.
수원시 조원동의 경로수녀원에 수천만 원이 넘는 승합차를 사서 기증하고 국립극장에도 1천만 원을 기부했으며 중국 할빈공대에 안중근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탈북자단체를 후원하기도 하고 기회가 될 때마다 장애인과 경로당 어르신들을 문화예술행사에 초청, 뮤지컬을 관람하게 하는 등 물질적, 문화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자신이 도움을 주고 있는 단체나 개인이 얼마나 되는지, 기부하는 액수가 얼마나 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유씨는 회사 매출액의 1%는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자신만의 삶의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의 사회활동에 대해 '정치하려는 것'이라는 의심도 많이 받았다는 유씨는 "전 정조대왕처럼 좋은 일 하는데 중독됐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정조대왕처럼 베풀고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고 밝혔다.
유씨는 "불우이웃을 돕거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은 넉넉해서가 아니라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의 문제"라며 "얼마 전 300억 달러를 기부한 미국의 워렌 버핏처럼 돈을 많이 벌어 대한민국 최고의 고액 기부자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