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시작한 야학교사의 인연이 벌써 30년이나 됐다는 박영도 교장(48·미농 대표).
생활에 밀려 자의 반 타의 반 봇 따리를 싸기도 했지만 어김없이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야학교사의 길, 그에게 야학은 어떤 것일까?

선생님은 물론 학생 한사람, 한사람 저마다 살기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하는 공부다보니 밤 깊은 수업도 이들에겐 황금시간이다. 1분 1초가 소중한 전 과정을 통과하고 맞는 졸업식 행사는 늘 눈물로 범벅이 된다. 졸업하는 학생도 학생이지만, 만만치 않은 사연을 딛고 어렵게 과정을 밟아 나가는 것을 너무나 잘 아는 선생님도 목이 메기는 마찬가지.
63년에 처음 문을 연 수원제일야학은 심훈의 ‘상록수’로 출발하는 야학역사의 대표적인 학교다. 상황이 여의치 않거나, 시기를 놓쳤지만 정말로 공부가 하고픈 학생들의 어여쁜 꿈과 소망의 끈을 붙잡고 그들의 꿈과 희망의 등불로 자리해온 수원제일야학.
오는 9월 2일로 42회 졸업식을 갖는 수원제일야학은 졸업시킨 학생만도 무려 1000여명을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명문 야학이다. 전·현직 교사를 비롯해 대학 강사들로 구성된 17명의 선생님들은 보수는커녕 자신들의 지갑까지 털어가며 조금이라도 더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온 정성을 쏟는다.
생물학을 전공한 박 교장은 현재 바이오 벤쳐 기업을 운영하는 중견 기업가이기도 하다. 지금은 그래도 스케쥴을 조정할 수 있지만 회사원시절, 수업이 있는 날 회식이라도 겹치면 속이 무척이나 타들어 갔다. 누가 시키는 일도, 돈을 버는 일도 아니건만 왜 그리 야학 수업이 소중하고 기다리는 눈빛 하나하나가 가슴에 와 박히는지는 정작 박 교장 자신도 잘 모르겠단다.
“제가 돈이 많으면 금전적으로 나누겠는데 할 줄 아는 게 가르치는 것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며 자세를 낮추는 그의 눈빛은 나이가 믿기지 않게 맑은데다 깊은 사랑까지 가득했다.
총각시절 자신보다 나이 많은 제자의 결혼식에 주례를 섰던 일, ABCD부터 시작했던 주부 제자 2명이 환갑에 가까운 나이로 졸업이 어렵다는 방송통신대까지 졸업했던 일 등 이 모든 추억들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란다.
그 가슴 뿌듯한 노력과 결실의 기억들이 교실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어렵게 자리 잡은 광교산자락의 학교마저 화재로 잃어 오 갈 때가 없었던 어려움을 잊게 한다. 하루하루의 수업이 내일의 값진 추억임을 알기에 오늘도 그의 손에 하얀 분필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
문의 221-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