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의 건강보험 상품에 가족 등 명의로 집중 가입한 뒤 병원에 가짜로 장기입원하는 수법으로 억대의 보험금을 타 낸 보험사기 일당과 이들의 불법행위를 묵인한 병원장 등 14명이 검찰에 적발됐다.
보험회사에서 생활설계사로 일했던 이모(50ㆍ여ㆍ퀵서비스 업)씨는 지난 2001년께 자신을 보험가입자로 17건, 전 남편(54ㆍ회사원) 명의로 22건, 대학교에 다니는 자녀 2명 명의로 26건 등 보장성이 높은 보험상품 65건에 집중가입했다.
이씨가 가입한 보험상품은 한 달에 1만~2만원의 비교적 적은 보험료를 내더라도 보험가입자에게 보험금을 많이 주는 등 보장성이 좋은 상품이었고 생활설계사로 일했던 이씨는 이런 사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보험에 무더기로 가입한 이씨 등은 입원을 잘 시켜주기로 소문 난 수원J병원을 찾아가 장기입원이 필요치 않는 경미한 질병인 위염, 장염, 천식, 기관지염 등의 병명으로 장기입원한 뒤 보험사들로부터 총 1억300여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2002년 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이씨 자신은 195일, 전 남편은 104일, 두 자녀는 259일 동안 입원한 것으로 보험청구가 됐지만 이 기간에 이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퀵서비스 일을 해왔고 이씨의 자녀도 학교에 다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씨와 내연관계에 있던 지모(44ㆍ퀵서비스 업)씨도 자신과 중학생인 자녀 2명 명의로 총 38건의 보험에 가입한 뒤 2002년 4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총 296일간 수원J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았다며 1억원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다.
이씨처럼 보험금을 노리고 가짜로 장기입원한 환자(속칭 '나일론 환자')들은 입원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청구해야 고액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점을 잘 알고 사기행각을 벌였으며, 수천만~1억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기 위해 한 달에 60만~90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들 나일론 환자는 수원 시내 병원을 돌아다니며 입원하려 했으나 거절당하자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장기입원이 가능하다는 소문을 듣고 수원J병원을 찾아갔고, 수원J병원은 이들의 불법행위를 묵인한채 허위 입원확인서를 발급함으로써 보험금 편취를 도와준 것으로 드러났다.
수원지검 특수부(조정철 부장검사)는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 소속 보험조사실의 수사요청을 받고 보험사기 수사에 착수, 7개월간의 수사 끝에 보험사기범 14명을 적발해 이씨 등 3명을 사기혐의로, 수원J병원 이사장 정모(52ㆍ내과전문의)씨를 사기방조 등 혐의로 8일 각각 구속기소했다.
또 이씨의 전 남편 등 8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달아난 1명을 지명수배했다.
조정철 부장검사는 "보험상품에 대해 잘 아는 생활설계사 출신의 피의자가 자녀나 남편 등 가족단위로 수십 개의 보험에 가입, 병원과 결탁해 가짜로 장기입원하는 수법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편취해왔다"며 "이들 가짜 입원환자에게 지급되는 요양급여비 등 치료비는 선량한 보험가입자들의 보험료에서 지급되는 것으로서 결국 보험료 상승을 초래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