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도포 자락을 날리시며 넓은 들판에 서 계시던 할아버지가 참 높아보였습니다"
대한지적공사에서 위성위치측량(GPS)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하진 대리(43ㆍ경기도본부 직할사업단)는 어릴 적 기억에 남아있는 할아버지를 이렇게 회고했다.
지적제도 창설 100주년이었던 지난해 지적공사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자신의 이름이 나란히 새겨진 기념메달을 받았을 때는 소감이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김 대리의 조부 김순금 옹(74년 작고)은 일제시대인 1928년 전남 강진군 조선지적협회의 조사원으로 시작해 전남 강진군, 함평군 소장을 거쳐 69년 퇴직한 우리나라 근대 측량 분야의 1세대다.
아버지 김산택(71)씨 역시 지적측량기술원 양성소를 거쳐 97년 성남 분당출장소장으로 일을 마칠 때까지 35년간 측량일에 헌신하며 1990년대 초 분당 신도시 개발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3대째 같은 일을 해 오고 있지만 할아버지도 아버지에게 이 일을 강요한 적이 없고, 김대리 역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뒤를 따르게 됐다.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한 김대리는 중소기업체에 발을 디뎠으나 회사가 부도가 났고 그제야 아버지는 아들에게 측량일을 넌지시 추천했다.
화성시 동탄 신도시 개발 현장에서 공사가 끝난 아파트 지구의 확정측량을 하고 있던 김대리는 96년 지적공사에 입사하면서 측량일을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일에 대한 열정만큼은 아버지를 따라갈 수 없다"고 말한다.
퇴직한 이후에도 지적공사 모임에 열심히 참여하고 있는 아버지는 사설 측량업체를 설립해 보자는 주변의 권유도 수차례 물리쳤을 정도로 회사와 일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김 대리 역시 아직 중학교 3학년인 아들이 이 일을 하겠다면 기꺼이 뒷받침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아직 어려서 그런지 얘길하면 씩 웃기만 하는데 아들까지 함께 4대가 100년을 채우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