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색동ㆍ오목천동 '악취 민원 대책없나…' 고층 상가·아파트가 바람길 막아 악취 못빠진다

음식물처리장 조성 10년째 … 수원시, 근본적 악취 해결 ‘미흡’전남 순천 등 타 도시처럼 ‘완전 밀폐형 퇴비화 시설’ 운영해야

긴 장마와 무더위. 올여름의 대명사다. 축축하고 눅눅한 환경이 짜증스럽게 만들더니 입추, 말복이 지났는데도 한밤중까지 열대야다.

장마기간엔 축축함을 없애려고 무더위속에는 끈적거림을 가시게 하기 위해서 밤낮으로 창문을 열어놓고 지내는 시기다. 이렇듯 문을 열어놓아 조금이라도 불쾌지수를 낮추려고 해도 할 수 없는 곳이 있다. 여름철 문조차 열어놓지 못하는 곳. ‘

수원시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 시설’(이하 음식물처리장ㆍ권선구 고색동 557번지)과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이하 축산연구소ㆍ권선구 오목천동 564번지)내 양돈사에서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과 오목천동 일대다.

예전에는 수원 도심 외곽이었던 이 지역에 최근 대단위 아파트단지들이 들어서면서 음식물처리장과 축산연구소에서 발생하는 악취가 주민의 집단민원이 되고 있다. 주민들은 이곳이 주거밀집지역이기 때문에 악취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해마다 이같은 민원이 되풀이 될 것이라며 해결책을 촉구하고 있다.

▲ 고색동 음식물처리장 뒤로 최근 조성된 아파트 단지가 보인다. 고색동과 오목천동 주민들은 해마다 여름이면 음식물 쓰레기 냄새와 축산분뇨 냄새에 시달린다며 수원시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김용진 기자 yjkim@suwonilbo.kr

▲ “열대야에 창문도 못 열어놓는다”

고색동, 오목천동 주민들은 최근 밤낮 할 것 없이 하루 종일 정체모를 ‘퀴퀴한 냄새’로 고통받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달 10일 태풍 에위니아의 북상에 따라 비가 내린 이후부터 본격적인 무더위가 계속되고 있는 최근까지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시청 홈페이지와 구청 등에 집단성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주민들은 문제의 악취는 비가 오는 날이나 흐린 날, 공기가 차가워지는 밤과 새벽 사이에 주로 발생하고, 음식물 썩는 냄새와 가축분뇨 냄새가 섞인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히 음식물처리장과 1.5㎞ 이내의 거리에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고색동 거산ㆍ대원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은 주로 음식물쓰레기 썩는 냄새를 호소하고 있으며, 축산연구소와 700여m 떨어진 오목천동 대우 푸르지오 1ㆍ2단지 아파트 입주민과 인근 주민들은 축산연구소 내 양돈 사육장에서 발생하는 가축분뇨 냄새에 시달리고 있다.

오목천동에 거주하는 이모(32ㆍ주부)씨는 “해마다 여름이면 어김없이 음식물 냄새인지 하수구 냄새인지 가축 냄새인지 여하튼 악취에 시달리고 있다”며 “특히 날씨가 흐린 날이면 계절을 떠나 악취가 심해져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고색동 우림필유, 대한아파트 주민들은 음식물처리장, 축산연구소와 1.5㎞ 정도 다소 멀리 떨어져 있는 데도 음식물 썩는 냄새와 양돈 사육장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섞여 메스껍게 만든다고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 박모(28ㆍ고색동)씨는 “악취가 심할 때에는 창문을 닫아 놓아도 냄새가 스며들고 있으며 밤과 새벽, 각기 다른 냄새가 난다”며 “특히 요즘같은 열대야엔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 화성 방향서 불어오는 남서풍 편승 … 악취 급속 확산

악취의 원인은 음식물처리장과 축산연구소의 가축사육장만이 아니다. 도농복합지역인 이 지역 일대에 설치된 각종 비닐하우스의 퇴비 냄새와 오염된 서호천과 황구지천 냄새도 한몫을 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악취의 주범을 역시 음식물처리장과 축산연구소로 꼽는다. 원주민들은 농가주택이 많고 논 밭이 많던 2000년대 이전만해도 냄새가 심하진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면 왜 최근에 냄새가 심해지고 여름철과 이른 새벽 아파트단지에서 더 극성일까.

전문가들은 “냄새의 확산과 기체의 분자활동, 공기의 대류현상, 우리나라의 기후특성 등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말한다.

냄새는 분자활동이 가장 활발한 기체로 구성돼 있어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으며, 바람이 잘 불면 삽시간에 수 ㎞ 밖까지 퍼져나간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온이 높은 여름에 음식물처리장이나 가축사육장에서 악취가 진동할 수밖에 없고 바람이 불면 급속히 확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계절적 특성상 남서풍인데다 밤에는 낮과 밤 기온차이로 육풍과 해풍이 교차해 공기의 대류현상이 발생하면서 수원은 바다와 가까운 화성시 방향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을 주로 받게 된다.

이로 인해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엔 남서쪽에 위치한 음식물처리장과 축산연구소의 냄새가 북동쪽에 밀집돼 있는 주택ㆍ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바람을 타고 이동하게 된다.

게다가 과거 고색동과 오목천동 지역은 논ㆍ밭과 저층의 주택들로 구성돼 바람이 쉽게 빠져 나갔으나 최근 고층의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바람길을 막아 냄새가 바람을 타고 빠져나가지 못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음식물처리장을 위탁운영하고 있는 (주)부국환경 이재현 대리는 “(음식물처리장)조성 당시엔 대부분이 논ㆍ밭 지역인데다 저층의 소규모 주택이 대부분이었다”며 “이 시기엔 주민들의 민원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는데 점차 지역이 개발되고 고층의 상가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민원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축산연구소 축산환경과 박치호 연구원은 “늦은 밤이나 이른 새벽, 날이 흐린 날에는 대기 상부의 공기층과 하층부의 공기층의 온도차가 작아 축사에서 발생하는 냄새가 흩어지지 않고 뭉치게 된다”며 “이때의 풍향이 주택가나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불면 냄새가 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 축산연구소에서 가축 분뇨를 이용해 만든 액체비료를 살포하고 있다. 축산연구소 관계자는 "가축의 사육이 아닌 연구소로서 의약품과 축산업 기술개발을 위해 가축의 분뇨까지 연구하고 있어 최소한의 냄새는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 수원시, 투입 예산에 비해 효과는 ‘미미’

고색동과 오목천동 일대에서 발생하는 악취의 주요인이 바람이라고 해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음식물처리장의 퇴비화 시설과 축산연구소 가축사육장의 개선에서 찾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수원시가 음식물처리장 조성을 시작한 지난 1997년부터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조치한 악취해소 대책을 보면 근본적 처방과는 거리가 멀다.

시는 1999년부터 2001년까지 1, 2차에 걸쳐 모두 83억9천만원을 들여 1차 퇴비화 시설(50t/1일), 탈취ㆍ수처리시설과 계근시설, 세륜세차시설, 기타 부대시설을 포함해 2차시설(50t/1일), 후숙장 퇴비선별동을 건설했다.

이후 시는 악취민원 발생하자 2004년 6월 11억7천여만원을 추가로 들여 기존 퇴비화시설차량출입구와 탈취기를 철거하고, 대신 롤스크릴(셔터)와 탈취성능이 높은 새로운 탈취기를 설치했다. 또 올 2월엔 냄새방지를 위해 노후화된 1차 퇴비화 시설을 가동중지하고 90억원을 들여 가동률 100t/1일의 새로운 사료화 시설을 설치했다.

이렇게 해서 지난 10년동안 음식물처리장에 들어간 예산만 시설투자비 184억6천900만원을 비롯해 모두 208억1천만원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악취 문제는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다.

시는 민원이 극심해지자 지난 3일부터 발효실 내의 송풍기 가동을 중지하고 위탁관리 업체는 음식물처리장의 악취를 방지하기 위해 자몽 추출물을 살포하고 있다. 또 기존 음식물 분해에 이용되던 미생물을 새로운 미생물로 교체하기 위해 임상실험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음식물처리장 한 관계자는 “1차 퇴비화시설을 준공할 당시엔 주변환경이 지금처럼 주택이나 아파트 등이 적어 악취를 100%는 아니라도 최대한 방지할 수 있는 ‘밀폐시설’은 생각치 못했다”며 “하지만 2차 시설을 준공할 때만이라도 악취가 덜 발생할 수 있는 구조로 건축했다면 지금처럼 집단성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완전 밀폐된 퇴비화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전남 순천 등 타 시군의 운영현황을 토대로 밀폐형 시설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며 “7억원의 예산이 확보돼 있는 만큼 비용과 효과 등의 타당성을 비교해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방법을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연구소 관계자는 “가축의 사육이 아닌 연구소로서 의약품과 축산업 기술개발을 위해 가축의 분뇨까지 연구하고 있어 최소한의 냄새는 양해를 부탁한다”며 “하지만 주민의 민원이 잇따르고 시에서의 협조요청까지 접수된 만큼 가축사육장에 대한 시설을 개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