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학좌절...학부모의 외로운 싸움

'교사비리 파헤쳐 괘씸죄 적용' 주장

중학교 태권도선수를 아들로 두었던 한 학부모가 '태권도부 감독교사의 횡령비리를 파헤쳤다는 이유로 아들이 원하는 고등학교 진학을 못했다'고 주장하며 교사, 장학사, 경찰 등을 상대로 5년째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학교측과 경찰은 '학부모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조사가 끝났는데도 계속 진정서 및 고소장을 제출하고 있다'며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수원에서 대리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문모(48)씨는 지난 2일 아들의 고교진학 방해사건과 관련, 수원 중부경찰서 수사과의 경찰관과 수원 S고 교장 등을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수원지검에 고소했다.

문씨가 이들을 고소하게 된 계기는 지난 2002년 9월 수원의 K 중학교 태권도 선수로 활동하던 아들(당시 3학년)이 자신이 가고 싶어 했던 S고에 진학하지 못한 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S고 태권도 코치가 K 중학교에 와서 S고에 진학하고픈 학생들의 현황파악을 하고 돌아가고 나서 얼마 뒤 문씨는 S고 태권도 코치가 K 중학교 태권도 코치에게 '문씨의 아들은 받지 않겠다'고 말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문씨는 4개월 전 아들의 태권도부 감독교사가 태권도부에 지원될 돈 2천만 원을 횡령했다는 문제를 제기했기 때문에 학교 측과 태권도부 코치들이 '괘씸죄'를 적용, 자신의 아들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생각했다.

문씨는 결국 아들이 S고가 아닌 수원과 인접한 도시의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자 '아들이 S고에 진학하지 못하게 한 문제에 대해 학교 측 관련자들을 조사해 달라'며 S고와 경기도 교육청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교육청 등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오자 교육청 장학사와 S고 코치 등을 직권남용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 혐의로 수원 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경찰에서는 태권도 코치를 비롯해 문씨가 고소한 학교 및 교육청 관계자들이 직권을 남용해 문씨 아들을 S고에 진학하지 못하게 방해하거나 문씨에게 보낸 답변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고 이에 따라 검찰도 이들을 불기소처분했다.

S고에는 문씨의 아들이 속한 체급에 이미 많은 선수가 있는데다 실력도 출중하지 않아 선발하지 않은 것이며, 태권도 코치가 개인적인 의견을 말했다고 해서 진학을 못하게 한 직권남용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경찰의 입장이다.

그러나 문씨는 진학결정을 내릴 권한이 없는 태권도 코치가 아들이 진학을 못하도록 결정했고, 학교와 교육청이 이를 비호하며 자신에게 허위 내용의 답변서를 보내왔으며, 경찰에서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씨는 아들의 S고 진학이 좌절된 뒤 학교 측과 경찰을 상대로 싸우느라 건설회사 직장도 그만두게 됐고 이후 혼자 법률을 공부하며 관련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고소장을 계속 제출해 오고 있다.

지난 5년간 교사, 장학사, 경찰 등 13명이 이 사건과 관련해 문씨로부터 고소를 당했다.

이런 와중에 문씨는 지난 3월 8일 횡령교사문제를 제기해 결국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게 한 공로로 국가청렴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이 사건을 담당하는 수원중부서 경찰관은 "문씨가 자꾸 경찰관과 교사 등을 고소해서 무고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했으나 문씨가 허위사실을 얘기하는 것만은 아니어서 포기했다"며 "그렇다고 피고소인들을 처벌할 수 있는 것도 아니어서 답답하다"고 밝혔다.

"여러 차례 고소를 당한 사람들이 한 번도 무고죄로 맞고소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내가 없는 사실을 꾸며내 괴롭히는 악질 고소자가 아닌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문씨는 자신의 행동에 당당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들이 모 대학 레저스포츠 학과에 다니고 있다는 문씨는 "정당한 권리를 방해받은 것에 대해 꼭 진실을 밝혀 주겠다고 한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한 사람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받았는데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수사기관에서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는다면 우리와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