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잘났다는 사람들, 그들의 역할은 가진 만큼 나누는데 있습니다.”
“알고 보면 내 것이라고 할 게 뭐가 있습니까, 내가 가진 것은 그저 잠시 내게 머무는 것 일뿐 …”
얼마 전까지 수원청소년문화센터 관장을 맡아 명실상부한 청소년 문화지대를 일궈낸 송기출씨. 난데없이 쏟아내는 그의 철학적인 이야기가 조금은 생뚱맞다. 그러나 경기도지사 정책보좌관을 거쳐 청소년문화센터 관장까지 현장을 찾아 몸으로 뛰고, 발로 써내려간 그의 활동 지도에는 이른바 ‘생뚱 철학’이 오롯이 녹아들었다.
관장시절 유독 신경을 썼던 소외계층과 장애우를 위한 프로그램들도 그랬다. 대부분 부모와 사회적 울타리 안에서 평탄하게 자라나지만 소외계층이나 몸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보호받을 울타리가 없다.

정책보좌관 시절 빠듯한 시간을 쪼개 공부를 시작한 이유로 보다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잘 배워서 더 잘 나누기’위함이었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 이어져온 정조이야기, 다양한 기회와 나눌 줄 아는 세상을 고민하다보니 주제는 어느새 정조로 향했다. 그저 옛날이야기처럼 들어왔던 정조대왕의 실학사상과 탕평책이라는 정치철학을 파헤치고 나니 남북간, 남남간의 갈등에 처한 우리정치를 되살릴 최고의 히든카드가 바로 거기에 있었다. 華城을 축조하는 백성에게 직접 밥을 퍼 주기도 했던 정조는 역대 그 누구보다도 백성을 사랑한 왕이었으니 말이다.
정조의 위민(爲民)정신이 사대주의에 빠져있던 유학자의 사고를 삶의 현장으로 이끌었고, 피 비린내 나는 당파싸움 속에서 탕평책의 꽃을 피워냈기 때문이다.
남자나이 마흔,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삶으로 새롭게 태어나기 위한 방황의 끝자락에서 다시 만난 정조. 텅 빈 마음으로 내게 머문 모든 것을 전할 때 비로소 충만해지는 내면의 세계, 송 전 관장이 정조에게 배운 철학이다.
대학시절 함석헌 선생의 ‘뜻으로 본 한국역사’를 읽으며, 안타까운 우리 역사에 가슴으로 울고, 헤르만 헤세의 시(詩)를 읽으며 며칠 밤을 지새던 그. 늘 역사와 철학적인 뭔가에 부족함을 느끼던 그는 오늘날 정조의 남자 정약용을 꿈꾼다.
온전히 현실을 바라보며 매 순간 ‘내가 가진 무엇을 잘 전해주는 일’을 찾아 열정적인 삶을 즐기는 그. 정조의 철학을 바탕삼아 그가 그려낼 수원의 새 지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