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달구 인계동 중부국세청 옆에 자리한 조그마한 구두수선 작업장.
기자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열 켤레 남짓한 국세청 직원의 구두 닦기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던 박종선(55)·서영애(51)씨 부부는 낯선 손님(?)의 갑작스런 방문에 어색했는지 한동안 말없이 일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25여 년 전에 수원으로 이주해 13년째 이곳에서 구두수선 일을 하고 있는 박종선씨는 갓난아기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해 왼팔을 잃었다.
상식과 편견의 시선을 가진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불편한 신체조건에도 구두수선 일이 가능할까 의심을 가질지도 모른다.
부산에서 태어나 중학교 졸업 이후 생계를 위해 구두수선 일에 뛰어들었다는 박씨가 숙련된 구두 장인이 되기까지 쏟은 노력은 구구절절 듣지 않아도 그의 구두 다루는 솜씨를 통해 알 수 있었다.
7년 전부터 남편 박씨에게 구두 수선 기술을 배우며 함께 일하고 있는 아내 서씨는 “남들보다 2~3배 노력해야 했다”며 “신체적인 불편은 더 이상 불편한 것이 아니다”라고 박씨를 대신해 말했다.
몸이 불편한 사람이 숙련된 솜씨가 필요한 구두수선 일을 하면 얼마나 하겠느냐는 일반인의 시선도 있겠지만 그들보다 더 강한 장인정신으로 지금까지 일을 해왔다는 서씨의 말은 외형적인 조건이 아닌 노력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일깨워준다.
박씨의 외형적인 조건을 보고 다른 이들의 편견을 경험한 적 없느냐는 뻔한 질문에 박씨 부부는 이미 모든 걸 달관했다는 듯 담담하게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줬다.
구두를 수선하려고 박씨 작업장을 찾은 이들이 그의 손을 보고 가버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하면서도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원망하는 기색은 눈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일단 구두를 맡긴 손님은 단골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겸손한 듯 자신의 일에 자부심과 자신감을 드러낸다.

아내가 분주한 손길로 닳아버린 굽을 떼어내면, 남편은 수선작업에 공백이 없도록 보조해 주며 뒷마무리와 손질을 책임졌다. 서씨는 기술을 배운지 7년 됐어도 아직 멀었다고 말하지만 ‘스승’인 박종선씨는 서씨의 구두다루는 솜씨가 능숙하다는 평가를 내려준다.
박종선씨 부부는 20~30대의 젊은 구직자들에게 “조금만 살펴도 일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은데도 몸이 편하고 급여를 많이 주는 직장만 바라는 것 같다”고 뼈있는 말을 들려줬다.
지난해 허리디스크 수술까지 받아 요즘은 무리하지 않고 조심하며 일한다는 박씨에게 소망을 물어봤다.
“구두 맡기는 손님이 줄어든 걸 보니 경기가 안 좋긴 안좋은가 봅니다. 그저 지금 하는 일이 잘 되서 손님이 전처럼 많으면 좋겠지요.”
서씨는 “뭐 특별한 게 있나요. 건강하게 잘 살면서 돈 잘 벌고 부자되면 그만이죠”라며 소박한 꿈을 내놓는다.
“신체적인 불편은 더 이상 불편이 아니다”라는 박종선씨는 안 된다는 이유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법에 익숙한 우리에게 ‘해낼 수 있는 이유’는 누구나 갖고 있는 자산임을 가르쳐주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