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회사원의 斷도박 성공기

"도박을 끊으려면 '커밍아웃'을 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기로 마음을 먹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한때 도박의 늪에 빠져 직장을 잃고 노숙자로까지 전락했던 회사원 박모(48ㆍ수원시)씨는 도박을 끊기 위한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말했다.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에 다니며 결혼하자마자 집까지 마련해 남부럽지 않았던 박씨는 30대 초반부터 우연히 슬롯머신에 빠져들었다.

박씨는 "출장간 날 저녁, 바람을 쐬러 호텔 오락실을 찾아가 처음으로 슬롯머신을 해 봤는데 300원을 넣고 당시 웬만한 직장 초임보다 많은 30만원을 따면서 유혹에 넘어갔어요"라고 말했다.

거듭된 슬롯머신장 출입에다, 포커에까지 빠지며 2억원이 넘는 빚을 지게 된 박씨. 결국 아파트를 처분하고 3살배기 아들, 부인과 함께 지하 월셋방으로 거처를 옮기게 됐지만 도박의 유혹을 여전히 떨쳐내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1994년 회삿돈 2천만원을 횡령해 도박에 탕진한 박씨는 경찰의 수배를 피해 영등포 일대를 전전하며 노숙생활까지 하는 인생의 밑바닥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는 "IMF때부터 '노숙자'란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그 전 이야기니 '원조' 노숙자인 셈이죠"라며 자신의 옛 모습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2년 넘는 노숙생활에 지친 박씨는 도박에 다시 손을 대지 않기로 굳게 마음 먹고 1996년 자수한 뒤 재취업을 했다.

새 생활을 시작하기 위해 박씨가 처음 한 일은 주변에 자신의 처지를 솔직히 알리는 것이었다.

박씨는 "도박은 무서운 병이라 스스로 억제할 수 없어요. 용기를 내서 주변에 '내가 도박환자이니까 절대로 돈을 빌려주지 말라'고 커밍아웃을 했어요"라고 말했다.

매주 수요일 저녁이면 단도박 수원모임에 나가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환자'들과 아픔을 나누며 서로 용기를 북돋아 준 것도 도박의 늪에서 헤어 나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도박중독이 언제라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박씨는 단도박 수원 모임을 이끄는 대표 자리를 맡아가며 10년째 매주 수요일이면 동수원병원 건강관리센터 3층에서 열리는 '회합'에 나가고 있다.

이런 박씨가 안타까워 하는 점은 최근 들어 부쩍 20대 젊은층 도박중독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몇년 전만 해도 단도박 모임에서 20대는 전혀 없었는데 요즘 새로 오는 사람중 90%가 20~30대에요"라며 "정부가 바다이야기 같은 게임장이 마구 들어서게 해 도박공화국을 만들어 놓은 것 아닙니까"라며 목청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