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붓는 장맛비로 채소 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더니 이제는 무더위와 한판 씨름이다. 입추에 말복 가을의 시작이라는 처서까지 지났건만 찌는 더위가 예사롭지 않다 싶더니 올라간 채소며, 과일값이 서민들의 장바구니를 초라하게 만든다.
주부 이영희(31ㆍ권선구 금곡동ㆍ4인 가족)씨는 지난달 말, 남편의 생일상을 차리려 동네 할인마트로 장을 보러 나섰다가 깜짝 놀랐다.
맞벌이 주부로 시댁과 친정에서 반찬거리 대부분을 받아먹던 터라 장볼 일이 좀처럼 없었던 이씨는 “비싸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삶으면 한주먹도 안 될 시금치 한 단이 2천500원, 고사리며 도라지는 고작 한 끼면 끝날 200~300g에 5천원이 넘는다”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생일상이라고 해봐야 양지머리 미역국에 나물 3가지, 오래 살라는 의미를 담은 잡채와 불고기 한 접시, 과일 몇 가지만 준비할 생각이었던 이씨는 “일년에 한 번 돌아오는 생일상을 비싸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고, 생일상이라기보다는 한 끼 식사에 불과한 먹을거리 값이 이렇게 부담스러워도 되느냐”며 불만을 토로한다.

지난해 생일에도 비슷한 상차림을 내놓았던 이씨는 가계부를 확인해 보니 고기류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채소류와 과일 등에서 큰 차이를 보여 지난해에는 7만원 가량 소비했다. 쇠고기류를 제외하곤 넉넉잡아 40~50%가 오른 셈이니 장바구니 경제는 충분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장보기가 겁나는 것은 비단 이씨만의 일이 아니다. 현재 수원 시내에서 유통되는 채소며 과일은 지난해 보다 30~40% 정도 오른 가격이다.
이즈음 대표적인 과일인 참외, 포도, 토마토 등은 지난해에 비해 크게는 50% 가까운 가격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으며 지난주보다도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시금치의 경우 한 단에 2천500원으로 지난해 1천200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가격인데다, 상태도 예년에 비해 좋지 않다.
이에 대해 농협 하나로 관계자는 “날씨가 너무 더우면 시금치가 자라지 않는데 올해 더위가 심해 시금치 농사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배추값도 지난달 말 포기당 3천900원으로 올 들어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당분간 3천원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채소도 채소지만 과일값의 고공행진도 좀처럼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때 아닌 땡볕 더위에 사과가 데이는 등 폭염 피해가 예상돼 과일의 정상적인 출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하나로클럽이 8월 1일부터 24일까지 주요 과일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본 결과 품목에 따라 1천원에서 7천원까지 가격이 비쌌다.
가장 많이 오른 것은 참외로 지난해 5㎏에 1만2천103원이었으나 올해는 1만9천원에 거래되고 있다. 수박도 8㎏에 지난해 1만870원, 올해는 1만5천190원에 판매되고 있다. 캠벨 포도는 지난해 2㎏에 1만2천50원, 올해는 1만6천850원으로 올랐다.
늦더위는 9월 중순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예보와 한달여 앞으로 다가온 추석은 엎친데 덮친격으로 ‘장바구니 물가’에 비상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