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그림은, 속살 드러낸 삶 속 이야기”

[수원사람] 서양화가 오혜련 씨8월 첫 개인전 … 색동·연꽃 이미지 새롭게 선보여

초등학교 2학년, 달력에 있는 명화를 무작정 따라 그리곤 했다. 12색 크레파스 하나 들고 따라 그리는 그림이 오묘한 명화의 색채를 얼마나 제대로 표현해 냈을지는 모를 일이다. 가슴이 이끄는 왠지 모를 열정을 쫓아 그려낸 어린 화가의 작품에 선생님들은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 오혜련씨의 그림에는 고운 빛깔로 꿈과 희망을 가꾸어가는 어머니 같은 연꽃이 담겨 있다. 여기에 자녀의 안녕과 이웃 화합, 복의 기원이라는 전통적 감성이 깃든 색동을 얇은 선으로 형상화 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김용진 기자 yjkim@suwonilbo.kr
연꽃을 테마로 한 기존의 회화기법에 색동의 이미지를 멋스럽게 재구성해 전문가의 화려한 찬사를 한 몸에 받은 화가 오혜련(48ㆍ권선구 권선동). 어떻게 그림을 시작하게 되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녀는 늘 어머니를 떠올린다.

“그 옛날 먹물이나 숯을 가지고 인물화를 멋지게 그려내곤 하셨다는 이야기를 외할아버지께 들었다”며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감각이 그림과의 인연을 만든 것 같다”는 오씨.

그저 좋아서 시작한 그림이지만, 당시로선 돈이 많이 들어가는 미술을 전공한다는 것이 부모님으로서도 맏딸인 그녀 스스로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2년이 지나서야 그토록 원했던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늦게 시작한 만큼 누구보다 열정을 불태웠던 그림 공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었음에도 결혼과 함께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그림에 대한 열정으로 보자면 그만큼 아쉬운데다, 여류작가라면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후회 없이 남편을 내조하고, 아이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심성을 키워주기 위해 아낌없이 노력한 시간이었다”는 그녀는 “삶의 깊이와 진정한 행복들을 알게 해 준 그 시간이 오히려 작품의 깊이를 더해준 것 같다”며 잔잔하면서도 속 깊은 미소를 띠운다.

무엇이든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시각을 놓치지 않는 그녀의 심성은 삶과 그림위에도 오롯이 묻어난다.

▲ 지난 8월 2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단성갤러리에서 열린 첫번째 개인전 ‘색동-내 영혼의 빛’展에서 선보인 작품 ‘삶-천년의 사랑Ⅱ’(116.7×60㎝)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뿐 아니라 어르신들만 봐도 마음이 애잔하고 찡한 그녀의 화폭엔 구정물 속에서도 고운 빛깔로 꿈과 희망을 가꾸어가는 어머니 같은 연꽃이 담겨 있다. 여기에 어린 자녀의 안녕과 이웃 화합, 복의 기원이라는 전통적 감성이 깃든 색동을 얇은 선으로 형상화 해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들어냈다.

서양적인 회화기법을 사용했음에도 첫눈에 동양적인 이미지를 진하게 풍기는 그녀의 그림엔 고요하고 정갈한 내면의 속삭임이 있다.

그 느낌 그대로 어찌 보면 고운 주름 가득한 어머니가 보이고 때로는 숫처녀의 정갈함과 어린아이의 해맑은 미소가 느껴진다.
지난 8월 23일 연약한듯 은근하게 강인한 삶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녀가 조심스럽게 첫 개인전을 열었다.

전문가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았음에도 “이제야 정말 시작인 것 같다”며 차분하게 말하는 그녀. 화폭으로 전하는 오씨의 삶 속 이야기들엔 늘 진행형의 꿈과 희망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