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기정 유품 햇빛 보고파…”

‘손기정 기념재단’사무총장 이준승 씨지난해 6월 재단 발족 … 창고속 4년째 방치 ‘지원 절실’

故 손기정 옹은 마라톤 결승점을 통과하는 한 장의 사진으로 우리들의 기억속에 남아있다.

한국인이면서도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야 했던 마라토너 손기정. 생전에는 그래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을 받았던 그가 세상을 떠난뒤 이름조차 잊혀져가며 친일파로 간주되는 현실을 보면 안타까움은 더한다.

▲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총장 이준승 씨는 “세상속으로 들어가 손기정 옹의 또다른 모습을 재조명해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재단이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김용진 기자 yjkim@suwonilbo.kr
수원월드컵경기장 2층에 자리잡은 20평 규모의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실. 손기정 기념재단 사무실에는 손기정씨의 외손자이자 사무총장인 이준승(39)씨가 손씨의 손 때가 묻은 사진첩, 올림픽 기념품, 여권, 안경, 보청기 등 유품을 지키고있다.

손씨 생전의 모습이 연상된다. 생활소품이지만 하나 하나에 나라 사랑과 자애 등 손씨의 기품이 가득 담겨있다.

일제치하인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마라톤 금메달을 따내 한민족에게 희망을 선사한 손씨.

고인은 지난 2002년 11월 15일 세상을 떠나면서 “사람들이 날 기억할 수 있게 유품을 한곳에 모아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그러나 손씨가 작고 한지 4년이 지났으나 유품들은 아직도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어두운 창고에 갇혀있다.

이 총장은 “일제치하에서 금메달을 따 승리의 기쁨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광복후에도 분단으로 고향인 신의주 땅을 밟지 못한 할아버지를 기리기 위해서 2005년 6월에 뜻있는 지인들이 모여 손기정 기념재단을 설립했다”고 발족 배경을 설명했다.

손기정씨는 1930~1940년대는 민족의 영웅으로, 1950~1960년대는 극일에 상징되는 인물로, 1990년에는 체육인의 희망으로, 2000년 이후부터는 친일파로 세월과 역사에 따라 우리에게 투영되는 얼굴이 다르다.

이 총장은 손 씨가 최근 왜곡된 친일파 논란과 관련해 자주 언급되는 일에 대해 마음이 아프다. 일제시기를 살아보지 않은 세대가 늘면서 단순히 일장기를 가슴에 달고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땄다고 친일파로 모는 현실이 안타깝다.

“한국인이면서 일장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간 건 분명한 역사적 사실이지만 과연 그사실만으로 친일파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이 총장은 외손자이기 전에 국민으로서 손기정이라는 인물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 총장은 “손기정씨가 국가적인 인물이다보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 지원이 한푼도 없다”고 재단운영에 어려움을 솔직히 털어놨다.

이 총장은 “어렵지만 무관심해서는 안된다”며 “세상속으로 들어가 손기정 옹의 또다른 모습을 재조명해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재단이 어떻게 운영될지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