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고쳐야 할 일본식 어투 등에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살뜰한 정을 엮어 인터넷으로 ‘우리말 편지’를 보내고 있는 성제훈(40ㆍ농촌진흥청 연구개발국) 농학박사.
그는 집과 직장, 식사 때나 노래방 뒤풀이에서 생긴 일상의 경험들을 소재로 유달리 담백하게 귀에 쏙 들어오는 우리말 편지를 써내려간다.

“저는 병이 하나 있습니다. 한 5년쯤 전에 걸린 것 같은데, 이 녀석은 시도 때도 없이 수시로 도집니다”로 시작하는 이 편지는 이야기를 하다가도, 술을 마시다가도, 책을 읽다가도 잘못된 표현에 눈이 저절로 멈추는 자신의 일상이야기를 담아냈다.
심지어 “전염성이 강해 제 아내도 걸렸고, 저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감염됐습니다. 이제는 네 살배기 제 딸내미에게까지….” 같은 증상이 보인다고 너스레를 떨더니, 자연스레 어제 읽은 책에서 잘못된 표현들을 집어낸다.
‘발자국 소리’가 아니라 ‘발걸음 소리’, 땅바닥에 ‘끄적거리다’가 아니라 ‘끼적거리다’….
제법 많은 답장을 받은 이 편지의 답글에는 “그 병 절대로 못 고칩니다. 그냥 사세요, 지금은 꼭 필요한 병입니다”부터 “저도 그 병에 걸리고 싶어요, 전염시켜 주세요”에 이르기까지 별나게 뿌듯한 이야기들이 빼곡히 올라왔다.
때로는 칠순이 넘은 노모의 ‘생활수기’를 그대로 올려 엉망인 맞춤법 너머의 가슴 따뜻한 편지를 보내는가 하면, 고이즈미가 야스쿠니 신사를 강행하는 얄미운 태도에 대해서는 ‘일본말 찌꺼기 거르는 편지’로 맞장을 뜨기도 했다.
농업기계를 전공한 성 박사. 그도 5년 전까지는 강연이나 글을 쓸 때 주로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곤 했다. 다비재배(多肥栽培)하면 도장한다(비료를 많이 주어 재배하면 웃자란다), 과습하면 열과(裂果)가 많이 발생한다(너무 습하면 터진 열매가 많이 발생한다)는 식으로.
어느 날 ‘글을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안 된다’는 한 농민의 전화를 받았다. 그것이 계기가 됐다. 몹시 부끄러웠고, 공직자로서 책임의식을 느꼈던 그는 착실히 국어공부를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공부를 할수록 잘못 쓰고 있는 우리말, 일본말의 찌꺼기 들이 너무 많아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는 성 박사. 3~4명의 직장동료에게 이메일로 보내기 시작한 우리말 편지는 입에서 입으로 퍼져 지금은 공무원과 교사, 학생과 주부는 물론 작가와 기자들까지 2천여 명이 그의 편지를 기다린다.
“가끔은 맞춤법이 틀릴까 답장 보내기가 껄끄럽다는 분이 계신데요, 저는 남의 편지를 가슴으로 읽을 줄 아는 유·부·남(유달리 부드러운 남자)입니다”고 자신을 소개한다.
편지 글 만큼이나 따뜻한 말투에 눈가에 멋들어진 웃음주름까지 가진 그는 유달리 부드러운 미소를 가진 남자이기도 했다.
3년간 1천여 통에 달하는 편지를 보내온 성씨의 ‘우리말 편지’에는 기분 좋은 전염병이 담겨있다. 편지를 받아보고 싶다면 이메일(urimal123@hanmail.net)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