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장의 도덕성과 바른 몸가짐은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내용을 새삼 거론치 않아도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 중 하나다. 고려 말 가정 이곡 선생은 지방 수령으로 떠나는 관리에게 어김없이 ‘일심지의리 이서민지휴척계언 가불근재(一心之義利 而庶民之休戚係焉 可不謹哉)’라는 글을 내린 것으로 유명하다. 내용인 즉, ‘목민관 한 사람이 마음의 의를 추구하느냐 이익을 추구하느냐에 따라 백성의 행복과 불행이 결정되는데 어찌 조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다. 목민관을 잘 만나야 고을 백성이 평화와 풍요를 누린다고 한 것도 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치단체장의 마음가짐은 이와 같아야 할 것이다. 모든 정책은 단체장의 마음에서 나오고 그 정책은 지역민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대표회장)이 지난 12일 국회 정문 앞에서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 등 국회에 계류된 지방 분권 관련 8개 법안의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염 시장은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등 자치분권 관련법 국회통과 강력 촉구’라는 문구가 적힌 손 팻말을 들고, “자치분권 국가로 한 발자국 나아갈 기반이 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지방이양일괄법이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면서 “20대 국회가 지방자치가 몸에 맞는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도와 줄 것”을 강력하게 호소했다. 이어 “전국 226개 기초지방정부는 11월 14일 국회 행안위 법안소위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모든 기초지방정부는 집단행동도 불사할 각오가 돼 있다”고 예고했다.

전국 제1의 기초자치단체장으로서 지방자치시대 지역의 당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염태영 시장의 이 같은 행보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단체장으로서 지역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몸으로 부딪치며 국회로 달려간 시장의 용기에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 특히 지역의 일꾼으로 선출된 시장. 군수등 단체장의 경우, 업무의 최우선 순위는 주민을 위한 정책에 두어야 한다. 시민의 권익보호를 위해선 더욱 그렇다. 사실 1995년 지방자치시대가 열린지 24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지역주민을 위한 정책 수립과 추진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예산에 있어선 중앙의 예속 관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진정한 지방자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초 광역 의원과 단체장의 직선제는 시행되고 있으나 공천권등 중요 사항은 여전히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는 사실도 자치시대의 족쇄나 다름없다.

자치분권의 핵심은 권한이양과 자치단체의 책임강화다. 그래야 지자체 결정에서의 재량권도 늘어난다. 더불어 중앙과 지방 간 권한과 책임의 명확화, 중앙과 지방의 역할 조정과 지원, 협력과 상생의 자치 실현, 지방정부 구조 및 기능 정상화 등을 통해 자치발전 방향을 찾아야 진정한 국가 균형발전이 실현될 수 있다. 그럼에도 앞서 지적했듯이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염태영 시장은 이같은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그동안 수없이 개혁을 주장하고 변화를 모색해 왔다. “지방재정의 가장 큰 걸림돌인 복지보조금사업의 보조율이나 복지서비스의 정부 간 역할에 대한 조정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며 "진정한 지방 분권을 위해서는 불합리한 국고보조금 보조율을 개선해 효율적인 자원배분과 함께 과도한 지방비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염시장의 외침도 그중 하나다.

한편 정부가 추진 중인 재정분권은 1단계(19년~20년)로 지방세 확충(세입분권)과 중앙정부 기능의 지방이양(세출분권)을 통해 가시적으로 재정분권을 실현하고, 2단계(21년 이후)에서는 지방의 자율성 강화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재정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제도개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가 마련, 현재 국회에 계류된 '지방분권 관련 법률안'은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을 비롯해 ▲지방이양일괄법 ▲지방세법 ▲지방세 기본법 ▲지자체 기금관리 기본법 ▲지방재정법 ▲부가가치세법 등이다.
 
잘 알려진 것처럼 우리나라 세출은 지방이 더 많지만, 세입은 중앙이 더 많은 구조적 한계를 보이고 있다. 지역민이 세금을 내면 그 수혜가 결과적으로는 중앙으로 돌아가는 셈이다. 현 정부는 이런 상황속에서 겉으로는 포용적 성장을 위한 재원 산출 및 분배과정에서의 ‘공평성’을 강조하고 있다. 합리적인 재원배분, 협력과 협치를 통해 함께 잘 사는 국가를 만들자는 철학이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사실상 기획재정부가 국가의 모든 돈을 틀어쥐고 권한을 내려놓지 않고 있다. 염태영시장은 이를 타파하고 상생발전하자고 주장하면서 지방분권하에서의 지방재정 발전방안을 이루기 위해 법 개정을 해 달라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앙차원의 지원과 재정분권을 인정함으로써 지방도시 성장 동력을 스스로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염시장은 이 같은 현안 해결을 위해 온몸으로 나서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개인의 행동이 아닌 시민과 지역을 위한 행동에 박수를 보내며 국회에서의 법률개정안 통과를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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