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기헌 수원시의회의장은 누가 언제 어디서 만나도 부담감이 없다. 누구와도 금세 친해진다. 그에겐 잘 익은 참외같은 완숙함이 배어 있다. 어려운 주변환경을 조화롭게 다독이면서 새로운 경지를 만들어내는 솜씨는 지혜로움과 경륜이 없으면 가질 수 없는 그만의 색깔이다.

이런 큰 장점 때문에 이런저런 작은 흠결은 덮어지고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인지 그의 주변엔 연령층을 불문 사람이 많다. 젊은 후배들이 많이 따른다. 가장 큰 그의 자산이다. 어쩌면 그의 이런 인품이 언론인 홍기헌을 정치인 홍기헌으로 변신시켰는지 모르겠다.

지난 7월 8일 취임했으니까 오는 18일이면 취임 100일이다. 그가 이끄는 수원시의회는 시민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아울러 홍기헌의장은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을까. 그리고 자신에 대해서는 어떤 점수를 매길까 궁금하다.

▲ 홍기헌 수원시의회 의장은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복지, 의료보건 등의 문제점을 조례제정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노인복지증진에 집행부가 더욱 역점을 두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김용진 기자 yjkim@suwonilbo.kr
- 며칠 있으면 취임 한지 100일인데.

▲ 벌써 그렇게 됐나. 처음 시의장이 됐을 땐 얼떨떨했다. 이젠 의회와 의장의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좀 알 것 같다. 시의회와 시의원이 과거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제8대 수원시의회는 유급제 첫 시의원들이다. 시민들이 지켜보는 만큼 의원들도 ‘밥값만큼 일하지 않은 의원은 도태된다’는 프로정신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산기획서 하나 볼 줄 모르면서 어떻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겠나.

수원시의원 하나 하나는 107만 시민의 대표다. 지역구를 챙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원시란 전체 지역발전, 공공의 이익을 대변하는 의정활동을 펼치도록 의회를 이끌고 있다.
수원시가 예산을 효율적으로 낭비없이 집행하고 각종 현안에 예산을 적절하게 배분하는지 감시하고 견제하고 있다. 시민으로부터 열심히 시민과 시발전을 위해 일한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의회 운영이나 시의원의 의정활동 모두 시민의 입장에서 일하고 있다. 의회는 합의제 기관이다. 시의장인 나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시의회가 조화롭게 잘 운영되고 합의된 의견을 도출, 시정에 반영하고 건의해 나가면서 일하고 있다.

특히, 의원 개개인이 지역구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도 내 역할중 중요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의원들에게 동별로 민원주부모니터를 지명, 운영토록 권유하고 있다.

중선거구제 실시로 의원 1명이 담당하는 동이 여러 군데다. 담당지역구 민원파악이 어렵다. 민원주부모니터를 두면 동에서 일어나는 각종 현안과 민원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의정활동에 큰 도움이 되리라 본다.

- 시의장으로서 의정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중점을 두시거나 추진하는 과제가 있다면?

▲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사회에 들어섰고 OECD 국가중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나라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고령화사회에선 노인복지, 의료 보건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앞으로 10년후면 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런데도 이에대한 대책은 다른 각종 현안에 밀려 정책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기초자치단체 모두 마찬가지다.

수원시의 경우 64세 노인중 한달에 5천원인 지역의료보험료를 내지못해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4천900명이나 된다. 자식도 없고…. 조례제정을 통해 이들이 의료혜택을 받을 수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등 노인복지증진에 집행부가 더욱 역점을 두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또 얼마전 추석을 앞두고 지동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한 남매사망사건과 같이 장애어린이를 돌볼 수 있는 사회복지시설 확충 등에 더욱 많은 예산이 배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소외계층과 노령화 사회에 대비한 복지확대에 의회가 앞장서겠다.

- 속초로 의원연수를 계획했다가 이를 취소하고 의회 대회의실에서 교육연수로 대치했는데.

▲ 의원들이 뭔가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북핵실험 등 시국도 어수선하고 서민경제도 어렵고 하는데 많은 예산을 들여 굳이 외지로 연수를 다녀와야 하냐는 자성에서 출발했다. 상위별로 난상토론을 했다.

소속 의원 전원이 연수를 할 경우 호텔비 1인당 17만원, 식사비, 단합대회 비용 등 2천500만원이 소요된다. 하지만 이를 시의회 대회의실에서 연수를 받고 할 경우 외부강사료 등을 들인다해도 1천만원 미만이면 된다.

‘시설 있겠다, 식당 있겠다, 왔다갔다 이동시간 허비않겠다. 시민이 낸 세금을 시민의 대의기관인 우리가 아껴야 한다’는 생각에 시의원 과반수가 동의했다. 이렇게 해서 결정된 일이다.

질 높은 의정활동을 하려면 앞서도 얘기했지만 행정감사ㆍ예산을 살펴볼 수 있는 기초지식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특히 초선의원이 19명이나 돼 집행부의 예ㆍ결산 심의를 하려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방향으로 의견일치를 봤고 앞으로도 이런 방향으로 의원연수를 할 것이다.

- 수원시장이 한나라당 소속이고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 의원까지 한나라당 일색이다 보니 의회의 본기능인 ‘건전한 감시자’로서 역할이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 시장과는 동문 선후배간이고 같은 한나라당이지만 공과사는 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적할 것은 지적하고 따질 것은 따지고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건전한 감시자로서 의회의 역할이란 것은 결국 모든 것을 시민의 입장에서 처리하면 저절로 된다.

의장에 취임하면서 의원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일성이 “당파를 초월하자”고 했다. 수원시민이 뽑아줬으니 우리 모두 ‘수원시민봉사당’ 출신 의원이라고 하자고 강조했다.

한나라당 25명, 열린우리당 10명, 민주노동당 1명 등 36명의 시의원 모두가 이런 정신으로 결속 화합하면서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생활정치 구현에 앞장서고 있다.

건전한 감시자로서 역할이 약화됐다는 걱정은 안해도 된다. 오히려 8대 시의원들의 의정활동에 임하는 각오와 공부하는 자세가 다른 역대의원과 달라 집행부에서 긴장하고 있다.

- 기초의원까지 정당공천을 해야 한다고 보나?

▲ 과거에도 사실상 내천으로 정당의 천거를 받았었다. 표면적인 정당공천이 아니었지만 속내는 정당공천이었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지금은 정당공천제가 제도화돼 사실상 생활정치인 기초자치의회마저 중앙정당의 틀속에 놓이게 됐다.

아직은 실시 초기니까 문제점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학자들이나 언론에서 우려했던 중앙정치에 휘둘리거나 같은 당 출신 지역 국회의원에 영향을 받는 그런 문제들은 생기지 않고 있다. 적어도 전반기 정도는 지나야 정확한 판단이 서리라고 본다. 그러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생활정치 일꾼을 뽑는데까지 꼭 정당공천을 해야 옳은 것인가 생각해봤다. 도의원은 몰라도…. 언젠가는 그런 방향으로 다시 가지 않겠는가.

- 의장께서는 누구보다 광교산을 사랑하는 분인줄 알고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광교공원입구 주차빌딩 복층 문제가 말이 많은데.

▲ 오늘 질문중 제일 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이다. 광교산이 훼손되는 것을 누구보다 안타깝게 생각하고 이를 막기 위해 시의장으로서 뿐 아니라 시민의 한사람으로 항상 노력하고 있다. 6년전 광교산사랑운동본부를 결성해 광교산사랑운동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또 4년전 지금 광교산공원터에 복합빌딩이 들어서려고 할 때, 제일 먼저 시에 탄원서를 내고 이를 저지했던 것도 나다.

사실 광교산공원옆에 주차빌딩 짓는 것을 몰랐다. 광교산을 다녀오던중 공사를 하고 있어 확인해보니 주차빌딩을 짓고 있었다. 이미 공사가 진행중이었고 지난 9월에 1차 공사가 완공됐다. 그 정도에서 마무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초 추가 건설은 시의회 도시건설위서 전액삭감했다. 집행부에서 1차 주차공간으론 도저히 시민들의 주차수요를 감당할 수 없고 또다른 민원이 될 수밖에 없다고 재고를 요청했다.

현장까지 나가 확인한 결과 경관을 해치지 않는 친환경적방법으로 하는 조건으로 추경예산을 심의 통과시켰다. 결과적으로 주차빌딩을 추가건설하게 됐지만 광교산 경관을 훼손했다는 사실엔 시민과 뜻을 같이 한다.

광교산 보호를 위해선 도립공원화가 시급하다는 생각이다. 지층이 가라앉고 헤아릴 수 없는 등산로로 훼손이 심하다. 도립공원화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지 않으면 훼손을 막기 어렵다. 도지사가 의지만 있으면 된다. 광교산을 도립공원화하는 데 앞장서겠다.

- 홍기헌 의장하면 수원지역사회에서 누구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신다. 평소 어떻게 건강을 챙기나.

▲ 아침 4시면 어김없이 기상한다. 보통 밤 11시 이후 잠자리에 드니까 하루 수면시간은 4~5시간이다. 버릇이 됐다. 집 부근 들녘을 산책하거나 경희대 뒷산을 한시간 남짓 등산을 한다. 또 일주일에 두번 정도는 광교산에 오른다.

때론 과음할 때도 있지만 운동으로 술기운을 빼버린다. 그래서인지 내 체중은 항상 59~60㎏을 유지한다. 주변 사람과 더불어 속 편하게 살아가면서 항상 운동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술을 많이 마시는 직업을 가진 후배들에게 운동으로 건강을 길들이는 습관을 권하고 싶다.

- 끝으로 시민들에게 한 말씀.

▲ 애초에는 지역에서 시의원에 출마,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시민에게 봉사하는 시의원이 되려고 했다. 주변에서 만류했고 나도 지역에 마지막 봉사를 하려고 하는 데 말리느냐며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비례대표도 있고 하니 지역구 출마는 재고하라는 주변의 말을 받아들였고 수원시 비례대표 의원이 됐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의장이 되는 과정도 처음엔 굉장히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이왕에 지역에 봉사하려고 나선 이상 의장을 역임하면서 주도적으로 시의정 활동을 해야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섰다.

내가 직접 나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인사들을 설득했고 주변에서도 시의장이 될 수 있도록 힘썼다. 이런 각오에서 시의장이 됐고 지금 이런 각오로 시의원과 함께 시의회를 운영해나가고 있다.

기초의회의 사명과 역할은 시정이 시민의 입장에 처리되는 지 살피고 감시해야 한다고 본다. 피부에 와 닿는 시정이 펼쳐지는지 건전한 감시자로서 역할이 중요하다.

결국 모든 일을 시민의 입장에서 해나가는 참된 생활정치를 뿌리내리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지켜봐달라. 또 잘못하는 일 있으면 그때 그때 지적해 바로 갈 수 있도록 해 달라.

대담/ 김동일 편집국장
정리/ 이영미 기자 glory@suwonilb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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